“날마다 운명을 바꿔나가는 것이 간화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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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운명을 바꿔나가는 것이 간화선이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6.04.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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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세계명상대전 혜국 스님

2016년 2월 26일 2016세계명상대전 둘째 날, 1,500명의 두 손 모은 청중을 앞에 두고 설법하는 혜국 스님의 음성에 따뜻한 미소가 실려 있다. 혜국 스님은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으로, 1961년 13세에 합천 해인사로 입산, 간화선 화두수행으로 일평생 정진하고 계시는 이 시대 대표적 선지식이다. 법석에 앉은 스님이 간화선 수행 방법을 설명하면서 때로는 농담으로, 때로는 스님의 경험을 빗대어 법문을 이어간다. 청중이 끄덕인다. 질의응답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다정한 격려로, 때로는 따끔한 호통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 호통의 음성에는 노기가 없다. 

| 망상번뇌는 어떻게 이겨내야 할 것인가
간화선의 역사성과 간화선 수행법 두 가지를 말씀해주셨으면 한다고 하셨습니다. 간화선의 역사성은 이야기가 깁니다. 수행법부터 말하겠습니다. 앉아있는 자세는 모두들 알기에 생략하겠습니다. 

간화선이란 생활선입니다. 간화선은 서서 다니거나 누워있거나 언제든지 ‘나는 누구인가.’ 하고 자기 자신을 안 놓치려 애쓰는 수행입니다. 우리가 수행할 때 주로 좌선을 처음 익히기 시작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 시간 앉아있겠다고 했을 때 3~5분 정도가 지나고 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망상번뇌가 벌써 저를 끌고 다닙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과연 망상번뇌란 무엇인가.’ ‘망상번뇌는 어떻게 이겨내야 할 것인가.’ ‘망상번뇌와 내 주인공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하고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번뇌망상은 자신이 익힌 것입니다. 저는 참선을 하면서 ‘아, 담배 한 대 피웠으면 좋겠다.’ 하는 망상이 전혀 없습니다. 13세에 절에 와서 담배를 한 번도 피워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골초들은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망상이 있습니다. 해봐서 있는 것입니다. 번뇌망상은 곧, 내가 익힌, 내가 만들어놓은 내 인생입니다. 

내 몸 안에, 우주 법계에는 망상이 없습니다. 우주법계와 ‘참 나’는 둘이 아닌데, 망상이라는 것이 내 안에 존재합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우리 몸뚱이를 몸통이라고 합니다. 몸이라는 그릇입니다. 이 몸뚱이 그릇 안에는 마음의 물이 꽉 차있습니다. 마음의 물은 우주법계에도 모두 가득 차있습니다. 그런데 우주법계에 있는 물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이 몸뚱이 안에 있는 물만 흙탕물이에요. 휘저어 번뇌망상이 이는 흙탕물입니다. 그래서 TV 연속극이나 월드컵 경기 같은 재미있는 것을 볼 때 우리에게는 망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휘젓고 있는 흙탕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명상이나 기도, 화두를 하고 있으면 3분도 못되어서 망상이 떠오르지요. 화두·명상 등을 할 때는 그만큼 물이 가라앉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망상이 일어나는 것을 지극히 정상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그것이 첫째입니다.

그런데 그 망상이란 있는 것입니까, 없는 것입니까. 있는 것이라면 영원히 없앨 수 없습니다. 허공이 존재자체에 있는 거라 없앨 수 없듯이, 망상이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망상이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익힌 습관일 뿐입니다. 습관을 바꾸면 습관은 없는 것이 되지요. 그래서 간화선은 번뇌망상이나 주시하는 모든 것을 환영으로 봅니다. 다만 그것이 환영임을 알기까지의 과정을 간화선에서는 생략합니다.

| 왜 뜰 앞의 잣나무라 했을까
자신의 모든 번뇌망상은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도 책임져줄 수 없습니다. 나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내 단점이기 때문에 미워할 수 없습니다. 내 단점을 미워하는 동안은 절대 그 단점을 못 고칩니다. 저는 죽고 난 다음 운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운명을 바꿔나가는 것이 간화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두를 쥐어 나갈 때 가장 중점으로 두는 것이 ‘내 안의 단점, 내 안의 못된 성질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단점과 성질이 나를 오늘까지 끌고 와줬으니 은혜를 갚아야 합니다. 은혜 갚는 길은 내 안에 있는 번뇌망상을 부처로 만들어주는 법밖에 없습니다. 그게 참 자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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