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뇩다라 삼먁삼보리
상태바
아뇩다라 삼먁삼보리
  • 불광출판사
  • 승인 2016.03.03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바로 고른 바른 깨달음

         한참 스님에게.
이번 말고, 스님이 잊어버린 지난번에 제가 “일진? 우리말로는 한참 스님이네요.” 어색함을 눅이느라고 말을 붙였더니 스님은 곧 “우리 명성 스님이 저를 그렇게 불렀어요.” 하고 스스럼없이 대꾸하셨지요? 그마저 잊으셨을 테니 이를 어쩌나! 그때 제가 드린 책 『철학을 다시 쓴다』도 어쩌면 들추어 보지도 않고 구석에 밀쳐 놓았거나 학인에게 내주었을 텐데 아마 십중팔구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어디론가 행방불명이 되었기 십상이겠지요? 그 책을 드릴 적에는 겉표지에 ‘철학, 윤리학, 심리학 부문 최우수 교양도서-문화공보부’라는 금딱지도 아직 붙어 있지 않았을 테니, 나가르쥬나가 쓴 『중론』보다 더 심오하고, 앞으로 300년 동안 기인이 나타나기 전에는 아무도 제대로 해독할 수 없는, 불교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불멸의 명작이 될 그 책은 건강에 해롭지 않은 초강력 수면제로서 이집 저집 책꽂이에 꽂혀 있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버림받겠지요. 그리고 저는 시대가 말법시대임을 한탄하면서 쩝쩝 속으로 쓴 입맛만 다시고 말겠지요.

         이번 만나 뵀을 때 제가 “『승만경을 읽는 즐거움』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벌써 3쇄를 찍었더군요.” 하고 축하를 드렸더니, 스님은 “그 출판사에서 제 책을 팔아서 먹고산다고 하대요.” 하고 어린애처럼 기뻐했습니다. (참, 철모르는 우리 스님, 그건 그저 덕담일 뿐이지, 스님 책을 팔아서 살림이 펼 만큼 출판계 형편이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짐짓 가벼운 표정으로 이 편지를 쓰는지 스님은 모르시겠지요? 제가 월간 잡지 편집을 해본 적이 있어서 저는 어지간하면 마감 전에 글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애써도 그럴 수가 없었어요. 빠듯하게 정해 주었을 마감 기일을 사흘이나 넘겼습니다.

         한반도에 사드 배치, 개성공단 폐쇄, 키 리졸브 훈련……. 전쟁의 먹구름이 다시 이 땅을 뒤덮고 있는 터에 무슨 경황으로 글을 쓸 수 있겠습니까? 이 글이 실리는 매체가 월간지가 아니었으면 저는 절필 선언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렸지요. 미래세대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만이 이 땅에서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고요. 그리고 “근혜 부처가 우리들을 고행의 길로 접어들게 만드네요. 우리 아이들을 몽땅 죽음의 제단에 바치더라도 저들의 말에 고분고분 따른다면 당분간 파리 같은 우리 목숨이야 이어갈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 애들을 살리려면 이 거센 전쟁의 물길을 거슬러야 하니까 앞으로 헤쳐 나가는 걸음걸음이 참 팍팍할 수밖에 없겠네요. 저 같은 사람이야 이미 언제 어떻게 죽어도 자연사일 만큼 오래 살았으니, 그리고 물 더럽히고, 공기 더럽히고, 땅 더럽힌 데다가 미래세대에 남겨 줄 것이라곤 일자리도 짝도 앞날도 없는 ‘헬조선’뿐인 죄 많은 인생을 살았으니, 죽어서 무간지옥에 떨어져도 할 말이 없지만 대한국민도 조선인민도 아닌 우리나라 사람으로 함께 살아야 할 우리 아이들은 어쩐대요?” 하고 하소연했지요?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