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구들목에 앉아있는가 비탈에 서있는가
선禪,
구들목에 앉아있는가
비탈에 서있는가
전남 장흥 보림사
보림사 가는 길, 강이 나란히 흐른다. 산모퉁이를 따라 강이 휘면 길도 휜다. 물은 가운데로 흐르고, 살얼음이 낀 가장자리는 서 있다. 강가에는 얼음이 받아놓은 눈이 얇게 쌓여 있다. 겨울바람 따라 눈은 쓸려 다니고, 뿌옇게 일었다가 꺼지고, 사라진다. 강 건너 논이 푸르다. 논은 그루터기만 남은 황량한 잿빛이 아니고, 다시 뭔가를 키우는 초록이다. 그것이 꼭 보리는 아니다. 보리는 씨 뿌리고, 밟아주고, 타작해서, 우리가 보릿고개를 넘기까지 그 눈물겨웠던 보리가 아니다. 푸른 것은 풀이다. 요즘은 소 먹이로 풀씨를 뿌린다. 풀은 제 알아서 크고, 봄에 베면 그만이다. 일손도 안 들고, 벌이는 보리농사나 큰 차이가 없다. 사람들이 보리를 안 먹고 고기를 찾으니, 논에 보리 대신 풀이 들어가는 것이다. “뽑을 때는 언제고, 심을 때는 언제냐!”는 풀의 항변을 들으며, 보림사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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