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저마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에 의지하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라. 오직 이 길이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그대 영혼을 눈뜨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없나니 그대들은 마땅히 이 길을 가라.”
- 붓다
때로 불자이던 사람이 세상 떠나는 시점에 기독교로 개종하는 일을 볼 때가 있다.
혹시 너무 외롭고 힘든 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생전에 친하게 지내던 고故 이만익 화백은 생전에 독실한 불자였다. 그분과 나와 선후배 화가 둘, 우리 넷은 참 많이도 절 구경을 다녔다. 봄·여름·가을·겨울 산사의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리들의 우정도 그러하였다. 아무데서나 그림 그리고픈 마음이 동하면 스케치북을 펼쳐들고 스케치를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나신 그분이 마지막 순간에 기독교로 개종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그랬을까? 갑자기 혼자 가는 저승길이 무서웠을까?
기독교 그림들에 나오는 천사들의 합창이 갑자기 들려왔을까? 문득 어릴 적 새벽마다 들려오던 외할머니의 기도소리가 생각난다. 기독교를 모태신앙으로 지닌 우리 할머니는 독실한 신자였다. 할머니의 기도 속에는 언제나 나를 위한 기도도 들어있었다. 손녀딸을 위한 기도를 사십년 가까이 하신 뒤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이상하게도 나는 절에 가서 불상의 모습만 보면 마음이 떨려왔다.
젊은 시절 읽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은 변함없이 내 삶의 좌우명으로 남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원수를 사랑하는 일보다는 쉬울 것도 같다.
황주리
작가는 평단과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화가이며, 유려한 문체로 『날씨가 너무 좋아요』,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등의 산문집과 그림 소설 『그리고 사랑은』 등을 펴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깁니다. 그것은 한 번 뿐인,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의 순간들에 관한 고독한 일기인 동시에 다정한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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