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 툽텐 린포체의 티베트 전통수행 쫃 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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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남 툽텐 린포체의 티베트 전통수행 쫃 수련회
  • 하정혜
  • 승인 2015.10.07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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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한산사)성대한 잔치에 마라mara를 초대하다

마칙 랍드론(Machig Labdrön, 1055~1145). 티베트 전통수행 쫃‘(chöd, 번뇌 끊기)’의 창시자다. 평범한 여성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일찍 삶의 고통을 직면해 감당한다. 불교에 입문해 경학에 통달한 그에게, 어느 날, 유랑 중인 한 라마가 물었다. 티베트식 독송방식에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반야경을 염송하던 중이었다.

“너는 이 경전의 의미를 이해하느냐?”

“...”

“네가 이해한 단어와 의미는 머리로 하는 이해일 뿐이다. 너는 진정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진정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반야바라밀경을 읽는다는 진정한 의미는 이 지혜가 너의 의식에 깃드는 것이다. 자아에 대한 집착을 잃는 것이다.”

이후, 마칙 랍드론은 경전에서 ‘마라(mara, 수행의 장애물, 인격화된 장애의 상징)의 장’을 읽다 공성을 체험하고, 유랑 수행자가 되어 쫃 수행법을 완성한다.

 

| 첫째 날, 깨어있음의 장으로 마라 초대하기

“이거, 저 말고 다른 분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미 한국에 왔으니 그럴 순 없겠죠.”

아남 툽텐 린포체의 농담에 웃음이 터진다. 일순, 낯선 수행에 도전하는 부담, 마음 속 각자의 번뇌로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고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100명의 수행자들이 아남 툽텐 린포체를 중심으로 반원형을 그리며 앉아 있다.

“부처님의 염원이 뭘까요? 저는 오늘 티베트불교 수행을 한국에 가져와서 한국불교 전통을 장엄하게 되었어요. 아름다운 통합이죠. 부처님의 염원이 아름다운 업연이 되어 이렇게 안거수행으로 현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 모였어요. 지금 저의 직관으로 여러분에게서 슬픔, 고통, 기대, 갈망, 그리고 선함, 깨달음, 내적 지혜, 기쁨, 가피를 느낍니다. 쫃 수련을 하는 동안 한 가지, 꼭 알아두세요. 나는 법을 전하는 사람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지, 여러분의 구루(Guru, 정신적 지도자)가 아니에요. 평범한, 그냥 친구입니다.”

결계의식이 이어졌다. 바깥의 삿됨을 막는 의식이 아니다. 수행처의 안과 밖을 경계 짓고, 수행 중임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기도문 공양을 올린다. “안거가 시작됐다. 이 순간 나는 쫃 수행 안거에 들어간다.” 기도문 또한 내면을 향해 말하는, 자기결단의 언어다. 자신을 향하고 있다.

이어서, 내면의 악, 부정성, 마장魔障과 대면한다. 대면이다. 대적이 아니다. 어떤 방어도 하지 않는다. 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두려움, 분노, 아만, 집착, 망상을 조절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흐르도록 놔둔다. 깨어있어야 한다. 그것들은 나로부터 왔다. 나의 깨어있음을 토대로, 깨어있음의 장에 나의 마장을 초대한 것이다. 내면에서 불려나온 악의 치유는, 더 이상 자기 자신과 그것을 동일시하지 않음으로써 이루어진다.

린포체의 관상觀想 유도에 따라, 마장은 여성악마로 인격화한다. 무서운 얼굴을 한 분노의 마라다. 화가 난 채로 분노의 춤을 추고 있다. 깨어있음의 장에서, 이 분노wrath는 자비다. 의식을 정화하고 깨어나게 하는 선한 에너지, 선禪에서 말하는 분심忿心이다. 관상觀想에 몰입하도록, 린포체가 참가자들에게 요청한다.

“타오르는 염원을 불러일으켜보십시오.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 가장 끔찍한 악마를 만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증오, 고통, 수치, 죄책감, 자아집착이라는 악마를, 사랑이라는 깨어있음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이것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도록.”

밤이 깊다. 참가자들은 각자 숙소로 흩어진다. 다음날부터, 하루 8시간씩 법문과 의식,명상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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