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단상] 실패와 성공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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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단상] 실패와 성공에서 배워라
  • 문태준
  • 승인 2015.09.03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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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왔다. 여름은 실로 이 우주에서 엄청난 일을 한다. 여름은 화부火夫의 일을 한다. 여름으로 인하여 이 우주의 기관차는 궤도를 간다. 그러한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당신은 지구가 가을에/ 무슨 명상을 하는지 아는가?”라고 쓴 시인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였다. 시집 『질문의 책』을 통해서였다.

요즘은 파블로 네루다의 이 시집을 들고 다니면서 읽고 있다. 작품 ‘49’는 이렇다. “내가 바다를 한 번 더 볼 때/ 바다는 나를 본 것일까 아니면 보지 못했을까?// 파도는 왜 내가 그들에게 물은 질문과// 똑같은 걸 나에게 물을까?// 그들은 왜 그들은 그다지도 낭비적인/ 열정으로 바위를 때릴까?// 그들은 모래에게 하는 그들의 선언을/ 되풀이하는 데 지치지 않을까?”

나는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낭비적인 열정’이라는 시구와 ‘모래에게 하는 그들의 선언’이라는 시구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실로 이 말은 나의 형편을 혹은 우리 모두의 형편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나 혹은 우리는 삶에 대하여 매번 좌절하면서도 바위를 때리는 파도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 나 혹은 우리는 그러면서도 곧 또 다시 모래알처럼 무너지고 흩어지고 말 맹세들을 마음속에 세우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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