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치의] 강박증, 나의 생각에 지배당하다
상태바
[마음주치의] 강박증, 나의 생각에 지배당하다
  • 최인원
  • 승인 2015.06.13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날 한 고등학생이 찾아왔다. 그의 손은 완전히 헐어있었다. ‘손에 세균이 묻어 있을까봐’ 불안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한 시간씩 손을 씻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비누 한 개를 하루에 다 쓴다고 했다. 또 한 대학생이 찾아왔다. 그는 설거지를 할 때마다 ‘세제가 남아 있을까봐’ 불안해서 그릇 하나를 씻는데 무려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어느 날은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이 찾아왔다. 높은 건물에만 들어가면 ‘혹시 무너질까봐’ 불안해서 늘 안절부절 못하다가 심지어는 낮은 건물로 직장을 옮긴 적도 있다고 했다.

 

|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떠나지 않는 병

또 한 대학생이 찾아왔다. 그는 동성애에 대한 기사를 보고, 찜질방에서 잘 때 모르는 남성이 자기 곁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난 뒤부터 문득문득 ‘혹시 내가 동성애자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상은 실제 내게 찾아온 강박증 환자의 사례들이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듯이 강박증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이 머릿속에 콱 박혀서 떠나지 않는 병이다. 증세가 가벼우면 단지 불안이 심할 뿐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심한 강박증에 걸린 사람은 늘 이 생각에 빠져서 일상생활 자체를 아예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강박증에 걸린 사람들이 흔히 하는 불안한 생각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실수하면 어떡하나, 더러운 게 묻어서 병이 생기면 어떡하나,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 실수해서 큰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혹시 문을 잠그지 않아 도둑이라도 들면 어떡하나, 가스 불을 잠그지 않아서 불이 나면 어떡하나 등등. 이런 불안한 생각으로 문이 잠겼는지 수십 번씩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피부가 벗겨지도록 손을 씻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강박행동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강박증 환자들에 대해서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이것이다. “도대체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에 왜 그렇게 휘둘리느냐?” 그래서 강박증 환자들이 제일 많이 듣는 충고가 바로 이것이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냥 생각만 바꾸면 돼!” 그런데 이 말이 또한 강박증 환자들을 제일 괴롭게 한다. 그들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외친다. “하지만 내 생각을 내가 조절할 수 없어요!” 불안한 생각을 그만둘 수 있다면 강박증이 아니다. 내가 생각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강박증이기 때문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