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정진이란 바른 사유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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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정진이란 바른 사유를 하는 것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5.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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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정진바라밀

며칠 전 갑오년 동안거 해제를 하여 선방스님들이 다 떠나고 나니 다시 도량은 고요하다. 겨울 3개월을 같이 지냈던 스님들의 얼굴이 한 분 한 분 떠오르며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3개월 전에는 전혀 얼굴도 몰랐던 분들이었고 심지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스님들이었는데 말이다. 이번에 동안거 방부를 들이신 스님들이 특히 고마운 것은 가난한 절 살림을 미리 알고 오셔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화합하고 인내하시며 살다 가셨기 때문이다. 

| 가난함은 정진의 기본조건
우리 절의 경제적 상황과 수용시설의 빈약함 때문에 나는 전국 선원에 방부안내문을 보낼 때 천장사 염궁선원에 입방하는 스님들께 두 가지 방부조건을 달았었다. 첫째는 목욕탕 화장실 등 사찰의 주거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는 것, 둘째는 가난한 사찰이므로 해제비를 적게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조건을 알고서도 몇 분의 스님들이 방부를 들이셨는데 가난함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신 스님들이라 그런지 마음씨에서나 언행에서나 여타 스님들과 달랐다. 

스님들은 개인의 편안함보다는 대중의 화합을 먼저 생각하였고 물건을 낭비하거나 개인물품을 신청하는 경우도 없었다. 물질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그리고 돈이라면 무엇이든지 안 되는 것이 없는 시대에 가난함은 불편함을 넘어서 곧 고행苦行이며 하심下心일 것이다. 춥고 배고파야 도 닦을 마음을 내게 된다(飢寒發道心)는 말이 절집에 오래 살면 살수록 헛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진실로 가난함은 정진의 기본조건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물론이고 예전에 출가하는 모든 분들은 처자식뿐만 아니라 모든 재산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출가하였다. 모든 것을 버리고도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 이 공부인데 재산을 축적하면서 공부를 하려는 것은 동쪽으로 가길 원하면서 서쪽으로 가는 일이 될 것이다. 보이는 물질도 못 버리는데 안 보이는 오염된 마음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스님이 가난하다고 해서 수행자를 외호하는 승단이 가난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 지금까지 기증 받고 건립된 사찰, 피땀 흘려 개간하여온 전답, 임야 등 사방승가의 청정재산은 불법이 지속되는 한 수행자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거주처가 되고 불자들에게도 기도하고 수행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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