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화된 주체들, 타자와의 공감을 가로 막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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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화된 주체들, 타자와의 공감을 가로 막는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3.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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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사건과 I.S. 사태의 원인을 묻다

| 문화의 융성, 문화의 시장화 그리고 ‘문화전쟁’
보드리야르의 ‘문화민주화’ 개념도 바로 이러한 믿음에서 탄생한 것이며, 정치·경제적 민주화를 실현하지 못한 국가들에서도 최소한 문화의 민주화만은 성취해보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문화민주화를 외치고 문화예술인들과 활발히 교류한다고 해서 문화가 융성되는 것은 아니다. 발터 벤야민이 경고한대로 문화와 예술이 정치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대중문화산업을 문화와 구분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는 이렇게 문화의 융성과 문화의 시장화라는 두 경계 지대에 서 있다. 그런데 그 경계를 현대사와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는 한 칼럼니스트는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못을 박는다. 현대는 ‘문화전쟁’의 시대라고! 문화전쟁은 자국의 문화적 전통을 ‘지키려는’, 다시 말해 소비대중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직면하게 된 문화적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해보려는 데서 출발한 개념이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 미국의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문화논쟁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문화를 경제, 산업 및 콘텐츠와 임의 결합시키면서 소위 국적불명의 혼종문화가 지구촌 위에서 활보하고 있다. 혼종문화가 ‘세계문화’라도 되는 양 젊은 세대들의 소비욕망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에게 문화적 정체성은 부모세대를 상징하는 ‘아날로그적 유물’에 불과하다. 탈역사, 탈정치를 외치며 스스로가 ‘세계시민’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문화는 ‘지켜내고 지켜가야 할’ 무엇이 아니라 소비와 유희의 대상일 뿐이다. 한마디로 이들에게 문화는 자신의 뿌리가 아니라 지구촌 위를 떠도는 유행상품이자 트렌드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렇게 유행상품과 트렌드만을 좇는 이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사람 잡는 정체성』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아민 말루프의 지적대로 “문화적 정체성이 사람을 잡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렇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어떤 문화도 세계화될 수 없고, 대중문화상품과 문화는 이미 그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세계화는 문화세계화로 그리고 이어 지식의 세계화로 줄달음치는 게 일반적이다. 그 결과는 빤하다. 다양성 대신 획일성이 지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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