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원숭이, 올바른 곳으로 귀의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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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원숭이, 올바른 곳으로 귀의하니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2.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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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은의 『서유기』

| 인간의 마음을 상징화한 손오공
그러나 이렇게 친숙하게 알려진 것과는 별개로 『서유기』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서유기』는 동양사상, 그 가운데서도 불교와 도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재미로 읽더라도 못 읽을 것은 없고, 또 그 가운데서 자연스레 얻는 것도 있겠지만 그건 정말 ‘수박 겉핥기’ 식의 『서유기』 읽기가 될 것이다. 그런 수박 겉핥기 『서유기』 읽기를 벗어나게 하는 전환점을 보여주기 위해 처음 『서유기』를 대했던 체험을 말해보기로 하자.

『서유기』는 『삼국지』, 『수호지』, 『금병매』와 함께 사대기서四大奇書 또는 사대재자서四大才子書로 불리는 책이다. 현장 삼장의 인도 구법여행은 현장의 구술로 제자들에 의해 대당서역기로 편찬됐다. 송대·원대에는 설화문학이나 잡극의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그것을 소설화한 것이 『서유기』이다. 저자인 오승은(吳承恩, 1500?~1582?, 자는 汝忠, 호는 射陽山人)은 강소성 회안지방의 소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잠깐의 벼슬생활 외에는 평생을 청빈한 선비로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서유기』는 매우 수상한 책이었다. 손오공이 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영생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를 떠돌다 수보리 조사를 만나 여러 신통한 술법들을 배운다. 그런데 수보리 조사를 어디서 만나는가? 영대방촌산靈臺方寸山 사월삼성동斜月三星洞이란다. 풀이를 해보면 신령스런 누대 사방이 한 치가 되는 산, 기운 달에 별이 셋 뜬 골짜기이다. 여기부터 좀 수상하다. ‘영대방촌’이란 말은 사람의 마음을 가리키는데 흔히 쓰이는 말이고, ‘사월삼성’은 아예 마음 심心 자를 깨뜨려 기운 달에 별 셋의 점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결국 손오공은 마음속에서 신통력을 얻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나가면 손오공이 천상세계를 어지럽히다 석가여래에게 잡혀 오행산 아래 짓눌리게 된다. 그러다 현장 삼장을 만나서 인도로 불경을 가지러 가게 되는데, 여행의 출발에 바로 여섯 도둑을 만난다. 그 여섯 도둑의 이름이 또한 얄궂다. ‘안간희眼看喜’·‘이청노耳聽怒’·‘비후애鼻嗅愛’·‘설상사舌嘗思’·‘신본우身本憂’·‘의견욕意見慾’이 바로 그들의 이름이다. 풀이해 보면 ‘눈은 보고 기뻐한다.’, ‘귀는 듣고 성낸다.’, ‘코는 냄새 맡고 애착한다.’, ‘혀는 맛보고 생각한다.’, ‘몸은 본디 근심한다.’, ‘의는 보고 탐낸다.’인 것이다. 여섯 감각기관과 그 작용, 그리고 희노애락 등의 정서를 엮어 놓은 게 그들의 이름이다. 물론 손오공은 이들을 가볍게 물리치고 나아간다. 이 장의 제목이 또한 재미있다. ‘마음 원숭이가 올바른 곳으로 귀의하니 여섯 도둑은 자취가 없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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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보 2018-12-28 11:16:34
이미 서유기는 영화로 엄청 많이 만들어 져 있지 않나요? 게임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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