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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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란 누구인가?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2.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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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은 특수한 관계다. ‘나’ 혹은 ‘우리’에 속하지 않으면서 가까이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웃은 협동·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관계일 수도 있고 때로는 가장 심각한 현실적・잠재적 위협일 수도 있다. 사르트르의 희곡 「빈 방」에 등장하는 대사 중에 “타인은 지옥”이란 말은 인간이 ‘나’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 느끼는 가장 적나라한 감정을 드러낸 말이다. 즉, 이웃은 가장 친한 ‘친구’일 수도 있지만 또한 가장 적대적인 관계일 수도 있다. 

| ‘나’는 관계로서 존재한다

이웃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세계관의 문제다. 그간 인류의 역사가 이를 실증한다. ‘제국주의’적 세계관에서 ‘이웃’이란 욕망의 대상이었고 그 욕망은 침략과 식민지화로 실현되었다.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이웃은 교화와 선교의 대상일 뿐이다. 문명론적 세계관에서만이 아니라 개인의 세계관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언급 또한 타인을 자신의 자유와 실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세계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상생相生과 ‘모두 함께의 행복’은 누구나 바라는 현실이다. 인간의 탐욕을 과장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만 잘 살면 된다’거나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기심도 인간의 본성이지만 이타심 또한 인간성의 일부다. 이기심이 작동하고 타인을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유일하게 자신의 생존과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타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고 타인의 생존이 나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경험한다면 타인과 이웃을 대하는 인간들의 행동은 이타적이 될 것이다. 상생과 ‘모두 함께의 행복’만이 서로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불교가 바라보는 세계의 실상은 연기緣起의 세계다.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은 우리에게 이웃이란 적대적 관계이거나 ‘제로섬 게임’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기란 모든 존재가 서로 연관되어 존재함을 의미한다. 연기의 세계에서 나의 존재는 다른 존재에 의존해 있으며 다른 존재가 없으면 나의 존재도 없다. 나는 고립적 개체가 아니라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는 관계로서 존재한다. 무한한 관계의 그물망에서 모든 존재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 연기의 세계에서 반목과 대립은 바람직한 생존의 방식일 수 없다. ‘저것’을 부정하는 것은 ‘이것’을 부정하는 것이요, ‘남’을 부정하는 것은 곧 ‘나’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내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을 인정해야 하며 나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남을 이롭게 해야 하는 것이 연기적 세계에서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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