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기른 가을보약] 마와 마전병말이
상태바
[산이 기른 가을보약] 마와 마전병말이
  • 하정혜
  • 승인 2014.12.03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리의 처음과 끝에 관한 어떤 대화

| 마, 약이 되는 식재료

마는 여러해살이 뿌리채소로, 상강(霜降, 10월 23일 경) 이후부터 동지(冬至, 12월 22일) 이전에 거둔다. 마를 쪄서 말린 것을 산약山藥이라 한다. 춘추전국시대에 산으로 쫓겨 간 약소국 군사들이 산속에서 1년을 버티고 역습하여 영토를 회복했다. 이때 산에서 캐어먹은 것이 마였다. 산에서 우연히 만났다 하여 ‘산우山芋’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이 원산지인 마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자생해 왔다. 『삼국유사』에 마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서동요薯童謠’의 서동이 바로 ‘마 파는 아이’다. 서동요를 지어 퍼뜨린 기지로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하여 후에 백제 무왕이 된다. 서동이 아이들에게 나눠주어 먹게 한 것으로 보아, 당시에 마가 식재료로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마의 약리작용이 워낙 탁월하다 보니 약재로 취급되는 일이 많아 오늘날에는 일상의 식재료에서 다소 멀어졌다. 흔하게는 수분 함유량이 높은 장마를 날것으로 먹거나 갈아서 마시고, 단마나 둥근마를 굽거나 쪄서 고구마처럼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주산지인 안동을 중심으로 마국수, 마보리빵 등 다채로운 응용식품이 선보이고 있다.

마의 주요영양성분은 독특한 점액질에 있다. 끈적끈적한 ‘뮤신’ 성분이 위와 장의 점막을 보호하고 폐와 기관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몸이 마르고 찬 사람의 기력을 회복시킨다. 오래된 마는 산삼에 비견할 만큼 그 효능이 뛰어나다.

선가에서는 종종 점심 대신 마를 쪄서 먹었다. 속이 든든하고 소화흡수가 잘돼 오래 앉기 좋아서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식량을 뺏기고 고전하다 대동강 모래밭에서 마를 발견한 뒤, 승병들이 이를 먹고 전세를 회복해 승리를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맛과 모양, 영양이 조화로운 마전병말이

마 요리는 사실 낯설다. 밥상에서 잊혔던 오래된 식재료이기에 그렇다. 음식이기보다 약으로 여겨졌던 마와 친해지는 법은 간단하다. 고구마와 당근을 함께 떠올리면 쉽다. 고구마처럼 생으로 깎아서 먹는 요리법, 껍질 채 굽거나 찌는 법, 얇게 썰어 팬에 구워 내거나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는 법, 모두 마 요리에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고구마전분과 마찬가지로 마 가루를 밀가루와 섞어 반죽하면 요리는 더욱 다양해진다. 또 당근처럼 갈아서 음료로 마시거나 밀가루반죽에 갈아 넣을 수도 있다.

마전병말이에는 고구마처럼 생으로 먹는 요리법, 그리고 당근처럼 밀가루반죽에 갈아 넣는 방법이 함께 쓰인다. 마 요리법에 친해질 기회다. 마를 곁들여 밀전병에 영양을 더하고, 채 썰어 볶아낸 채소와 생마를 전병에 말아 모양을 살린다. 마전병말이의 담담함에 들깨소스의 고소한 풍미를 더하면 맛과 모양, 영양의 조화가 비로소 완성된다.

맛과 모양의 즐거움, 영양의 이로움이 갖춰진 때에야 바야흐로 음식은 존재감을 확보한다. 어느 하나 놓칠 수 없기에 요리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이의 정성을 담보해야만 한다. 먹는 이의 정성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요리의 처음과 끝이란 어디에서 시작하고 맺는 것일까?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