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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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1.0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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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으로부터의 ‘생명 잉태’
세트는 오시리스의 몸길이를 잰 뒤 관을 하나 만든다. 신들의 잔치에 이 관을 가져가서는 몸과 관이 가장 잘 맞는 신에게 관을 주겠다고 말한다. 잔치에 참석한 신들이 차례대로 관에 누워보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마침내 오시리스가 관에 눕자 72명의 병사들이 몰려와 관 뚜껑을 닫고 밧줄로 관을 동여맨다. 나일 강에 버려진 관은 물결 따라 흘러 시리아 해변의 향기 좋고 아름다운 나무의 둥치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된다. 때마침 시리아 왕비는 아들을 낳는다. 새 왕궁을 짓고 싶어 한 시리아 왕은 어느 해변에 향기가 좋은 나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나무를 베어다 왕궁 대전의 중앙 기둥으로 쓴다.
오시리스를 잃은 이시스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세상을 떠돌다가 시리아 땅으로 흘러들었다. 왕궁의 향기 나는 나무 기둥 이야기를 들은 이시스는 오시리스와 그 기둥이 연관이 있을 것 같아 왕자의 유모 노릇을 자처한다. 이시스는 불사不死의 권능을 주려고 밤마다 왕자를 불 속에 던진다. 필멸必滅의 운명을 타고난 육신을 태우기 위해서였다.그리고는 제비로 둔갑해 오시리스가 갇혀 있는 왕궁 대전의 기둥을 맴돈다.
어느 날 왕비는 왕자가 불길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을 보고서 기겁을 한다. 왕자는 왕비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병사들의 손에 의해 불길 속에서 나오게 된다. 제비가 되어 궁전 대전의 기둥을 맴돌던 이시스가 유모의 모습을 되찾고 왕비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저 기둥 속에 갇힌 이는 내 남편이니 집으로 모셔가게 허락해주시오.”
왕이 선선히 승낙한다. 이시스는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 배에다가 그 기둥을 싣는다. 나일 강으로 돌아오는 중 이시스는 기둥에서 관을 뽑아내고 뚜껑을 연다. 그리고 오시리스의 몸 위에 자기 몸을 싣고는 이로써 수태를 하게 된다. 나일 강으로 돌아온 뒤 이시스는 파피루스 숲에서 호루스를 낳는다. 
죽은 자와의 사랑을 통해 아기를 갖는 것은 고대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죽음’으로부터의 ‘생명 잉태’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시스 신화 이야기가 신의 아들을 잉태한 성모의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이집트 성화를 보면 항상 보좌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이시스 여신이다. 샤르트르 대성당 서쪽 측면에는 성모의 이미지로 빚어진 보좌가 있다. 아기 예수는 바로 이 보좌에 앉아 축복을 받고 있다. 샤르트르 대성당에 새겨져 있는 비둘기도 이시스가 둔갑하던 제비의 변주에 다름 아닌 것이다.  
“나는 만물의 어머니다. 만물의 연인이자 지배자이다. 나는 지옥에 있는 여신들, 천상에 있는 여신들을 힘으로 다스린다. 그래서 나는 홀로 한 형상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여신으로 현현할 수 있다.”
2세기 아풀레이우스가 쓴 『황금나귀』에 등장하는 이시스 여신의 대사이다.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어머니인 누트는 ‘어머니 하늘’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어머니 하늘인 누트에게서 어머니 대지인 이시스가 태어나는 것이고, 죽음과 재생의 주체인 오시리스가 태어나는 것이다. 오시리스가 재생(혹은 부활)을 수행할 때 그 숭고한 작업을 돕는 조력자는 이시스이다. 많은 신화학자들이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신화를 예수와 성모의 원형으로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시리스-디오니소스-예수로 이어지는 재생 혹은 부활의 신화적 상징성과 불교의 목련존자 이야기의 연관성은 다음 호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번 호에서는 우주의 어머니인 위대한 여신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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