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찾아낸 존재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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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찾아낸 존재의 아름다움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9.0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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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홍순명, 이민지

우리는 매순간 마주하게 되는 존재들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누군가가 내 곁을 스쳐지나간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사이에도 눈앞에 펼쳐진 것들을 우리는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 수없이 많은 말들을 듣지만 무심코 흘려들었던 문구들. 주위를 돌아보고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존재했던 그것들이 생명을 가진다. 이달에 만나게 될 작품들에서는 그런 소소하고 미미한, 스쳐지나가도 모를 존재들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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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볼리비아 사진전 ‘티티카카’
시인의 눈에 담아온 해발 5,000m 하늘호수 사람들

박노해라는 이름은 사진작가보다는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노동자로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시 속에 담아냈고 권위주의의 시대에 민주투사이자 저항시인으로 활동했던 그다. 1991년 체포 이후 사형을 언도받고 7년 여를 감옥에서 보낸 그는 자유의 몸이 된 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홀연히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이후 15년 간 그는 유랑자가 되어 전 세계 곳곳의 분쟁 현장과 빈곤지역, 지도에도 없는 마을들을 두 발로 걸어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그는 작은 필름카메라를 들고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담아온 그의 열 번째 개인전이자 라 카페 갤러리의 일곱 번째 전시다. 그는 지금까지 파키스탄, 미얀마, 티베트, 안데스 께로, 아프리카 수단, 중동, 에티오피아 등에서 민중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들에게는 매일 반복될 뿐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먼 곳에서 찾아온 이방인에게는 낯설기만 한 삶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찾아간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역시 마찬가지다. ‘티티카카’는 해발 5천 미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다. 말 그대로 하늘호수인 셈. 이곳에 살고 있는 잉카인들에게 ‘티티카카’는 ‘세상의 근원’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은 끝없이 흘러내려 바다 같은 호수를 채웠다. 수많은 원주민들은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아 살아간다.
박노해는 하늘호수 ‘티티카카’에서 한 알의 감자조차 소중히 심을 줄 아는 농부를 만나고, 지하 광산에서 세상의 빛과 풍요를 캐어 올리는 광부들을 만난다. 또한 ‘체 게바라의 길’을 따라 간 곳에서는 체 게바라의 마지막을 지킨 소녀를 만난다. 체 게바라는 “그라시아스 니냐(고맙다 소녀야).”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총살로 눈을 감았다. 당시 그의 곁을 지켰던 소녀의 사진과 이야기는 박노해의 담담한 시선에 담겼다. 박노해의 흑백사진들은 깊이가 다르다. 그런 특징은 이번 전시에서도 여전하다. 시인의 눈을 투과해 뷰 파인더에 맺힌 컬러 사진들 역시 특유의 색감을 보여준다. 스페인의 식민 통치와 서구 자본의 수탈, 독재정권의 수탈까지. 끊임없는 불행과 고난, 슬픔이 휩쓴 그 땅 위에 서서 박노해는 말한다. 
“당신의 길에 비바람이 몰아치더라도 기도하는 어깨 위에 늘 무지개가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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