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소유’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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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소유’를 생각한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6.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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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무소유에 대한 잘못된 기대감
‘불교’ 혹은 ‘스님’ 하면 곧바로 무소유를 떠올린다. 스님에 대한 존경심도 무소유 때문이고 스님에 대한 불신도 무소유에 대한 ‘배신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차를 운전하는 스님,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는 스님, 레스토랑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스님을 보면 낯설어 한다.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불교가 전통적 종교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스님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무소유는 수행자의 고원高原한 정신적 경지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여기에는 법정 스님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불교와 무소유가 동의어처럼 된 것은 법정 스님의 저서 『무소유』 이후의 일이다. 그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지만 출가의 삶을 무소유라는 코드로 지나치게 ‘낭만화’해버린 측면도 있다. 이후 대중매체가 만들어내는 법정 스님의 일상 모습은 ‘무소유’의 실천 그 자체였다. 영상매체가 보여주는 스님의 거처는 주로 작은 좌탁이 놓인 텅 빈 방, 그리고 가끔씩은 좌탁 위에 책 한 권이나 작은 찻잔 하나가 놓인 그야말로 정물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그런 영상을 보고 있으면 정말 무소유가 ‘단지 가진 것 없음’이 아니라 가히 미학美學의 경지를 떠올릴 만큼 아름답게 느껴지곤 하였다. 
대중들은 법정 스님 말년의 은둔조차 ‘무소유’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믿고 싶어 했다. 암자의 ‘가난한’ 살림과 출가자의 단조로운 일상을 아름답게 보고,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도 고상한 삶의 경지가 가능함을 대중들이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고 이는 전적으로 법정 스님 덕분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무소유’를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음’으로 오해하고 그 눈으로만 불교와 스님의 일상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사실 법정 스님은 당신의 저서에서 진정한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 했거늘, 대중들은 ‘무소유’의 문자적 의미에만 집착했다. 그리고 출가스님들은 대중들이 기대하는 ‘무소유’가 출가생활의 실상이 아니며 그들의 기대가 대중매체의 산물임을 알고 있지만 대중들의 기대감을 굳이 배반하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자신감의 부족일 것이다. 
단언하자면 무소유는 출가자가 지녀야 할 ‘도덕적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기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 무소유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소유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 무소유의 강조는 공허한 관념론에 불과하다. 흔히 율장의 ‘삼의일발三衣一鉢’을 무소유에 대한 불교적 근거로 얘기한다. 그러나 율장의 의미를 잘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율장은 출가자들을 위한 도덕적·윤리적 지침만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율장의 상당부분은 출가자들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율장에서 출가자의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승가 자산의 공공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율장에서는 승가에 기부되는 일체의 자산이 ‘현재와 미래의 사방승가’에 속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출가자에게 강조되었던 ‘삼의일발’은 ‘필수품’만으로 소욕지족하는 삶을 의미하였다. 출가자에게 금지되었던 것은 미래를 위한 ‘축적’이었다. 출가자의 소유를 제한하는 대신 수행에 필요한 의식주는, 물론 최소한의 것이긴 하지만, 반드시 제공되었다. 부처님 당시 음식과 병 치료를 위해 거짓 출가하는 자가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율이 제정되었다고 하는 일화는 승가가 출가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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