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하겠지 맡겨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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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하겠지 맡겨 보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4.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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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공생선원 참선반

 
공생선원으로 향하는 길에 무수한 질문이 솟았다.
스스로 부처임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근원은 어디이고 그것은 어떻게 해야 체험 가능한가?
과연 선禪이란 무엇인가. 의문은 끝이 없고 답은 멀었다. 불현듯, 하나의 귀결에 도달했다. 내가 알지 못한다는 것. 그러므로 알고자 한다는 것. 그것 한 가지를 붙들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상하게도 그곳에 가면 의문이 풀릴 거라는 예감이었다. 그렇게, 마음이 먼저 열렸다.

| 생각의 틀에 균열이 생기다

공생선원은 2002년 9월에 도심상가에 개원한 수행도량이다. 7층에 위치한 공생선원 일주문은 통유리 자동문이었고, 큰법당 통창 너머로는 갖가지 건물들이 높이를 다투고 멀리 도봉산이 병풍처럼 둘리어 있었다. 도심이되 산사였고 땅을 딛고 서되 허공이었다. 객을 맞이하는 보살님들은 따뜻하고 구김 없는 얼굴이었다.
참선반 수업 전에 신년 조상 합동천도재를 봉행 중으로 조금 기다리라 했다. 법당과 문 하나 사이인 그곳이 작은 선방처럼 생겼기에 ‘무각 스님이 천도재를 끝내고 건너오셔야 하니 기다리라’는 뜻인 줄 여겼다. 오판이었다. 천도재를 모시고 있는 큰법당에서, 그 인원 모두가 참선반 수업을 함께 할 거라고 했다. 의아했다. ‘천도재 동참자 따로, 참선공부 불자 따로’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법당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인원이라니! 공생선원은 말 그대로 선禪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천도재가 끝나고 참선공부가 시작됐다. 보통은 40분가량의 법문 후 10분 휴식, 40분 참선이 이어지는데, 오늘은 정진 순서를 앞당겼다. 자리를 뜨는 사람 없이 입정에 들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사이, 조금 전 공생선원에 들어오면서 삼배를 올릴 때 깊이 몸이 숙여지고 마음이 낮아졌던 것이 떠올랐다. 조복調伏. 마음을 길들이는 일. 선이란 무엇인지 알고자 했던 한 마음의 씨앗이 깊게 숙이고 낮아지는 것으로 이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죽비 소리와 함께 실참이 마무리됐다. 조금 아쉬울 만큼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오늘은 천도재를 모신 날이라 이를 주제로 무각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조상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법의 부모, 부처님이 나옵니다. 부처님이 바로 자기 모습의 근본입니다. 그렇다고 육肉의 부모를 무시하고 법의 부모를 섬길 수 없는 법입니다. 육의 부모를 무시하면 자기 근본이 무너집니다. 자기 업식을 떠나서 자기가 존재하는가를 보세요. 돼지고기 한 근을 끊어다가 맛있게 국을 끓여 먹었어요. 그럼 돼지가 나예요. 그 업식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육근육식으로 끝없이 받아들여서 내가 형성되는 것인데 어떻게 나 아닌 것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스님의 법문이 가슴에 와서 울렸다. ‘나 따로, 부처님 따로’였던 견고한 생각의 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의 근원은 부처님이었다. 또한 쌓여서 형성된 업식이 나였다. 업식과 부처님, 둘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두 나였다. 품고 있던 의문이 조금 누그러졌다. 무각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이것 따로, 저것 따로 나누어 보는 습성에 붙들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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