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산의 가을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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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엽산의 가을 낙조
  • 관리자
  • 승인 2007.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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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엽산에도 가을 기운이 사뿐 내려 앉았다. 틀림없이 저 푸른 하늘에서부터일 게다. 바로 열흘전만 해도 구슬땀으로 뒤범벅이되던 산길인데, 그래서 산림욕 약수터에서 몇 바가지고 목물을 하며 머리를 감아야 했었는데, 참으로 미묘한 계절의 갈림이여! 이렇게 살짝 넘어가다니! 이제 한해 고비도 여기서 넘어선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열흘 치고는 격변의 열흘이렀다. 찌는 무더위끝에 몰아붙인 8월 22일 ~23일의 태풍폭우의 강타로 경남.경북 등지에 백여 명의 사망실종자를 내는 인명피해가 있었다.

 본디 이 제12호 태풍 글래디스의 진로가 대마도에서 동해 남부쪽으로 빠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인데 동해에서 발달한 고기압에 부딪히면서 갑자기 진로를 서해안쪽으로 바꾸는 통에 영남지방에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내려서 그처럼 많은 인명피해와 농경지 침수 등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보도되었다.

 대자연의 위력이란 삽시간에 일어나고, 예상을 뒤엎을 때는 우리를 겁에 질리게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듯이 가을의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

 대자연의 변화뿐이 아니다. 8월 18일에서 사흘 동안 (72시간) 소련에서는 보수파의 쿠데타로 세상이 뒤집히는가 했더니 3일천하로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자 봇물이 터진듯이 개혁파세력으로 그 강대한 소비에트연방이 물바다가 되고 있다.

 예상을 뒤엎고 진로를 바꾼 태풍에나 비길까. 역사의 수레바퀴란 계산할 수 있도록 조금씩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때보다 힘의 작용 때문에 한꺼번에 와락 붕괴도 되고 또 반대로 솟구치고 하는것을 본다. 73년 동안의 공산당 독재가 일시에 허물어지는 소리가 온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금 소련은 각 공화국들과 연방 사이의 재편성이 시작되었으니 여기서도 역사의 한고비를 본다. 그것은 비단 소련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요, 인간의 삶 그 자체의 본질과 관계되는 문제이기도 하기에 인류사의 중요한 고비로 생각되는 것이다.

 이 엄청난 일이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인간이란 한치앞을 못 내다보고 사는 존재라 할 만하다. 앞을 못내다보기로는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을 제일 머저 꼽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도 역사와 민심의 향방을 몰랐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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