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법 없는 사회를 이상으로 삼는다’라는말이 있다. 옳고 바른 사회를 이상으로 삼고, 그릇 되고 틀린 사회 현실을 이상으로 연결하기 위하여 법이 있다는 말이다. 법法의 고자古字는 수水, 치, 거去3자가 합쳐진 것( )이라고 한다. 수水는 수면과 같이 공평무사함이고,치는 해태라는 전설적 동물을 뜻한다.시비곡직是非曲直을 엄밀히 가린다 하여고대 중국에서는 이 해태상 앞에서 사람의 죄를 판단했다 한다. 거去는 그릇된 것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일찍이 중국 당나라의 다성茶聖육우(陸羽,733~804)는 『다경茶經』에서 차는 구전구수口傳口授라 했다. 이는 입으로 전하고 입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인데 입은 말이다. 좋은 차 만드는 일을 가르치거나 배운다면 그 실현에 있어서 똑같은 상황이 거의 없다.그렇기 때문에 확정된 법 또한 없다. 때에 따라 다르므로 글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방의 토질과 기후가 다르면 찻잎의 수분함유량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그 해의 일기 변동에 따라, 산지의 고저에 따라, 찻잎의 질과 양에 따라 덖고 부비고 볶음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차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이 차나무와 찻잎 곁으로 다가가는 일이다. 겸손한 자세로 찻잎과 내가 하나되는 일이다. 사람이 이기적으로 차를 이용하고 예속시키려 들면 차의 이상과 자유와 정서는 떠나버린다. 찻잎의 자유는 차나무의 본질이고, 찻잎의 이상은 더 크게 더 높게더 많이 이 세상에 공헌하는 것이다.
찻잎의 정서는 향색미에 있다. 차나무의 생태와 본질은 과학적인 영양분석이나 차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차나무라는 생명체의 삶과 찻잎이 표출하는향색미의 정서이다. 차를 마시는 것은 단순한 음료수를 우리 몸에 수급하는 것이 아니라, 찻잎의 정서와 사람의 정서가 서로 만나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일이다. 찻잎의 정서는 차나무 삶에서 왔고 사람의 정서는 그 사람의 삶과 인격과 감성에서 왔다. 이것이차 마시는 사람의 뜻이다. 이를 성취시키기 위해 조성하고 연출하여 주는 것이 차 만드는 사람의 의무요목적이다. 차에 따라 발효차와 찐차와 덖음차의 정서가 다르고, 차 마시는 사람에 따라 정서가 다르다.
| 선정, 차 마시는 사람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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