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은 뺐어도 못 자국은 선명하게 남는다
상태바
못은 뺐어도 못 자국은 선명하게 남는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0 0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순 쌍봉사 수험생 템플스테이

크기변환_20140211_000638.png

쌍봉사 대웅전은 3층 목탑 구조의 독특한 형식이다. 낮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아름다움을, 저녁에는 서녘의 노을에 물들어 뭉클한 감흥을 이끌어낸다.

 
화순 쌍봉사 가는 길. 도로 표지판에 정겨운 지명들이 박혀 있다. 화순은 태어나 여섯 살까지 자란 고향 땅이다. 친가와 외가 모두 화순이라, 면 단위의 지명마다 그리운 얼굴들이 겹쳐진다. 도곡 당숙, 한천 외갓집, 춘양 이모, 이양 고모할머니 등이 떠오른다. 마음이 푸근해지며 기분 좋은 설렘이 인다.
 
크기변환_20140211_000712.png

크기변환_20140211_000728.png

남도의 겨울은 더디게 온다. 가을의 잔향이 감성을 풍요롭게 한다. 야생차 꽃밭엔 하얀 차꽃이 향기롭고, 감나무엔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와 남겨진 감을 쪼아먹는다.

 
크기변환_26.PNG

| 남도의 사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쌍봉사는 화순의 남쪽 끝자락, 보성 가는 길목에서도 외딴 길로 한참 들어간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남도의 풍광은 더디게 흘러가는 가을과 더디게 다가오는 겨울의 길목에서 더욱 한가롭다. 이 계절 가장 한가로우면서도 가장 불안한 이들은 바로 대입 수능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일 것이다.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쌍봉사에서 수험생 템플스테이를 준비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과 고3에 진학하는 예비 수험생, 그들을 따라나선 초・중・고 동생들이 광주,장성 등지에서 쌍봉사를 찾았다. 사찰 안내 시간,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쌍봉사는 우리나라 석조미술품 중 디테일의 극치를 보여주는 철감선사 부도탑(국보 제57호)과 3층 목탑 형식의 대웅전으로 유명하다. 무심코 지났던 우리의 문화유산이 어떤 의미와 미적 가치를 지녔는지 설명을 듣고는, 가까이 다가가 세심히 살펴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감상했으니, 이제 실제로 체험을 해볼 시간이다. 종목은 단청이다. 단청은 목조 건축물에 아름다운 문양으로 채색하는 것을 이르며, 목재의 부식을 방지해 보존성을 높인다.물푸레나무에 색색의 안료로 연꽃 문양을 그려 넣는 학생들의 손길이 섬세하다. 붓을 조금만 삐끗해도 문양이 망가지니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청 체험은 집중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연꽃 문양은 청정과 길상吉祥을 상징하니, 집에 가져가 자신의 책상이나 현관에 놓으면 집안에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 수도 있겠다.
오후 5시, 어느덧 늦가을의 짧은 해가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자취를 감춘다. 저녁공양 시간이다. 남도에 가면 으레 음식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사찰도 예외는 아니다. 남도의 사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 날의 메인 메뉴는 상추쌈과 버섯 장아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맴돈다. 평소보다 두세 수저 분량의 밥을 더 푸게 된다. 사찰 뒤뜰에서 직접 재배한 싱싱한 상추에 얹어먹는 된장 맛이 일품이다. 역시 남도다.
 
크기변환_27.PNG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