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학당은 일재 이항 선생이 짓고 제자를 양성한 곳이다. 후에 이 제자들 대부분이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대적했다.
전날 훈장 선생님이 밤 12시까지 한자 공부를 시켰는데도 아이들은 똘망똘망했다. 졸 법도 한데 조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다. 몇몇은 한자 시험을 잘 못 봐서 손바닥도 맞았다. 요즘 아이들이 언제 손바닥을 맞아 봤겠나. 그래도 싫은 내색이 없다. 오늘은 사자소학과 예절교육이 있는 날이다. 이태복 씨는 “1천 번 읽어야 안 잊어 버려. 한 번 잘 배워놓으면 늙도록 가니께 잘 배워둬”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훈장 선생님의 말에 따라 교재에 한자를 따라 쓰기 시작했다.
사자소학은 우리 조상들이 아이들에게 기초 한문과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교본이다. 이번에는 지역 한문학자인 이승훈 씨가 전통 복장을 하고 아이들 앞에 섰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어제 밤늦게까지 공부한 보람이 있는지 아이들이 제법 잘 따라한다.
이승훈 씨는 전통예절은 몸과 마음가짐을 똑바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揖(읍할 읍)’자를 가르치기로 했다. ‘揖’자는 전통예절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라고 한다. 手(손 수), 口(입 구), 耳(귀 이)로 이루어진 ‘읍’자는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고 허리를 앞으로 공손히 구부렸다 펴면서 손을 내리는 예절을 뜻한다.
“절을 할 때는 왼쪽 무릎 접고, 다음 오른쪽 무릎 접고, 팔꿈치가 땅에 닿게 머리를 숙이고 머리와 허리가 일자가 되도록 만들면 된다.” 이승훈 씨는 시범을 보이고 일일이 아이들 자세를 잡아준다. 예절교육이 끝나고 이승훈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남고학당 곳곳을 다니며 이항 선생과 남고학당에 대한 옛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학당을 드나들 때의 예절도 일러 주었다. 아이들은 신기한지 이승훈 씨의 설명에 쫑긋거렸다.
“요즘 아이들은 보통이 아니에요. 그래도 여기서 예절교육을 받고 집에 돌아가면 친구와 부모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강제로 달라지는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 순화되는 거죠. 그래서 스스로 언어와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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