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앉아 졸아도 화두는 놓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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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앉아 졸아도 화두는 놓지 않으리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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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선림원 동안거 철야 참선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은 간화선이다.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생각의 주제인 ‘화두話頭’를 가지고 끊임없이 명상하는 것이 간화선이다. 불교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출가를 하지 않는 이상 간화선을 제대로 배우고 끊임없이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집중수행 기간인 안거 기간에는 대부분 출가자들만이 선방에 자리를 잡았다. 과연 재가자가 간화선 수행을 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일까

 
| 도심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용맹정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곳은 많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몇몇 선원이나 사찰들이 재가자들을 대상으로 간화선 수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귀를 솔깃하게 만든 곳은 조계사다. 조계사 안심당에서 매 안거기간마다 집중적으로 철야정진 수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확히 작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하안거 때는 ‘여름 밤, 구미호를 쫓다!’라는 이름으로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리며 동안거 때는 ‘동치미冬治味 익어갈 때, 달에 앉아 졸다’라는 이름으로 조계사 안심당에서 열린다. 안거가 시작되는 결제부터 시작해 해제까지 총 12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 반까지 진행된다. 안거 철야정진은 조계사 선림원에서 주관하며 참가비도 없다. 그저 “제대로 선 수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오라.”는 식이다.

현장을 찾은 날은 마침 조계사 자율선원의 선원장을 맡고 있는 백양사 운문암의 일수 스님이 함께 하는 날이었다. 조계사 신도사업국장 법공 스님도 일수 스님 곁에서 자리를 지켰다. 한 명, 두 명 모여들더니 어느덧 9시가 됐다. 총 40석의 좌복이 그 사이 모두 주인을 찾았다.

일수 스님은 철야정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전에 비해 편안해졌다고 했다. 올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님이 처음 선방에 들어갈 당시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네요. 처음 ‘무無’자 화두를 받아서 앉기는 했는데 어떻게 화두를 다뤄야 할지 몰랐어요. 그냥 앉아 있기만 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이 아파오고 허리가 쑤셨습니다. 참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런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편안함을 알지 못했을 겁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공감의 기색이 느껴졌다. 곳곳에서 스님의 법문을 받아 적는 사람들도 보였다. 아마도 스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본인들이 겪고 있는 과정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는 무언의 공감대이리라.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공부도 안 될 것 같지만, 부지불식간에 공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대단한 겁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그렇게 수행이 반복되면 내가 변합니다. 그리고 내가 수행한 만큼 내 주변도 편안해질 겁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수행으로 내가 바뀌면 내 가족이, 내가 사는 사회가, 이 나라가, 그리고 인류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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