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바달다의 최후와 왕사성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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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바달다의 최후와 왕사성의 비극
  • 자현 스님
  • 승인 2014.02.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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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를 이용해 우발적인 방법으로 붓다를 시해하려는 제바달다의 계획은, 붓다가 폭주하는 코끼리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불꽃 위의 눈송이처럼 허무하게 끝이 난다. 이때 붓다가 오른손을 든 영웅적인 모습을 동아시아 불교도들은 오늘날까지도 기념해, 이를 시무외인施無畏印이라고 칭하며 존중한다. 즉, ‘두려움을 없애주는 손 모습’이라는 것이다.

 
| 제바달다의 좌절과 승단 분열

인도에서 불상이 만들어질 때, 입상의 경우 왼손으로는 가사를 잡고 오른손은 앞으로 들어 올린 모습을 취한다. 이러한 불상 양식은 이후 동아시아에도 전파되어 보편적 양식이 된다. 왼손으로 가사를 잡는 이유는, 착용 방법이 긴 보자기와 같은 천을 기술적으로 말아 입은 것이기 때문에 자칫 벗겨질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오른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동아시아 불교도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를 술 취한 코끼리를 조복시키는 모습과 연관시켜 파악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손 모양은, 인도에서 수행자가 인사를 받아주는 것을 나타낸다. 즉, 오른손을 든 불입상은 신도의 예배를 받아주는 모습이 표현된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오른손을 든 불상이야말로 ‘친절한 부처님’이라고 하겠다. ‘친절한 부처님’을 ‘두려움을 없애주는 부처님’으로 만든 동아시아의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붓다의 따사로움 속에 내재하는,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을 직시한 탁견은 아니었을까. 때론 오해가 역동적인 창조의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코끼리를 이용한 시해가 실패하자, 자연 배후에 대한 말들이 무성해진다. 그러자 새롭게 왕이 된 아사세는, 더 이상 제바달다와 연대하는 것은 무가치하다고 판단하여 일방적인 결별을 단행한다. 정권에 이용당한 수행자의 비감한 결말이라고 하겠다. 제바달다는 이렇게 위축된 환경에서, 붓다만 제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어리석은 판단을 한다. 그 결과 붓다를 직접 시해하려는 대담한 행동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그 장소는 영취산 위, 붓다가 평소 명상하다가 거니는 경행처였다. 같은 승단의 일원이었던 제바달다는 붓다의 행동양식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곳에 미리 매복했다가, 붓다를 향해 바위를 던지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이는 유효했다. 후대의 붓다 전기는, 이때 붓다가 바위 파편에 의해 발가락이 상해 피가 났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율장이 전하는 초기의 기록에는, 이때 다리를 심하게 다쳐 들 것이 필요했으며 지바카의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바위와 같은 무정물은 코끼리와 같은 생물과는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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