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이랄 것도, 비극이랄 것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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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랄 것도, 비극이랄 것도 없는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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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摩와 磨의 문제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 남인도 팔라바 왕조의 왕자로 태어나 제27조 반야다라에게서 깨달음을 인가받았다. 남북조시대 중국으로 건너와 문자와 형상에 의지하지 않는 무심無心의 선법을 널리 펼쳤다. ‘착하게 사면 복을 받는다’던 양의 무제武帝를 대놓고 비판한 이야기, 스스로 팔을 자를 만큼 마음의 고통에 몸부림치던 혜가에게 마음이란 것 자체가 없음을 깨우쳐준 이야기, 관 속에 짚신 한 짝만 남긴 채 서천西天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등이 유명하다. 저작으로 「안심법문安心法門」이 수록된 『소실육문少室六門』이 전한다. 이 연재는 전설적 선지식의 행적과 사유를 추적해 이런저런 의미를 도출해내기 위함이다. 오늘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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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권사상 최고액 당첨자의 근황에 관한 기사가 떴다. 2003년 4월 지방의 어느 경찰관이 ‘로또’ 제19회차에서 2회치 이월금 포함 407억 원을 거머쥐었다. 돈을 타자마자 해외로 튀었다는 둥, 가족과 사이가 나빠져 이혼했다는 둥, 재산을 탕진하고 폐인이 됐다는 둥…. 오래지않아 이런저런 뒷말이 돌았다. 하지만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으로도 공익적으로도 잘 살고 있었다. 여전히 국내에 거주하며, 이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10분의 1은 기부를 했고, 금슬은 더 좋아졌단다. 무엇보다 횡재 이후의 일상은 전혀 극적이지 않고 평온해 보였다. 무지막지한 공돈에 취해 악랄하게 살다가 처절하게 무너지길 바랐던 세인들의 저주가 여지없이 빗나간 셈이다.

소문은 사실이 아닌 욕망의 산물이다. 시샘에 기초한 칼날의 마음이자, 하향평준화를 목표로 한 자기최면이다. 대중이 ‘보도’보다는 ‘폭로’에 열광하는 이유이며, 그래서 언론사는 명멸할지라도 언론은 영원하다. 객관적 근거가 희미할수록 악의적 수군거림의 넓이와 세기는 꼴불견이다. 이런 사정에 진실의 맑기를 측정하는 물증과 전거典據는 유익하다. 반면 근거의 과잉 역시 간혹 문제가 되는데, 학위논문을 볼 때마다 이게 지혜의 전달인지 독서량의 홍보인지 헷갈리곤 한다. 나무가 울창한 숲은 아름답지만 어둡고, 허허벌판은 처연하지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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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달마는 실존 여부조차 논란이 되는 인물이다. 태어난 해는 모르고 서기 495년에 죽었다거나, 436년에 죽었다거나, 528년에 죽었다거나, 턱없게도 346년에 태어나 150세까지 살았다거나…. 생몰연대부터 중구난방이다. 생애 전체를 일러주는 근거가 적고, 그나마 있는 것은 부풀려졌다. 스스로에 대해 기록하지 않았으며, 몇 쪽 남지 않은 법문도 남들의 구술이거나 가탁假託이다. 실체가 휩쓸려간 자리엔 나뭇잎 하나로 양자강을 건넜다거나, 파미르고원을 맨발로 넘었다거나, 독살 당했다가 부활했다거나…. 예수에 비견되는 기적만이 도드라진다. 인간의 삶이라기엔 의심스럽고, 인간의 힘이라기엔 너무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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