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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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축복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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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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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홍수와 광고의 범람. 문학마저 시장에 먹히고 있는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꼴입니다. 포로가 된 책읽기, 그것은 허욕의 과시 내지 배출에 다름 아니며, 거기에 진정한 성찰과 감동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근년에 들어 내가 ‘기억 들추기’를 즐기는 것은 스산해진 나이와도 무관하지 않겠지요. 두어 달 전의 기억보다는 이삼십 년 전의 기억이 더욱 새롭습니다. 하기야 어느덧 환갑을 지났으니,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스러진 것들 또는 시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나 안타까움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런 감정 속에는 지난 세월에 대한 반성적 아쉬움과 아직도 적잖은 날들이 남아 있음에 대한 안도감이 스며들어 있겠지요.

이런 심사는 요즘의 독서 버릇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패스트푸드처럼 촌각을 다투며 찍혀 나오는 새책들을 허겁지겁 쫓아다니기보다, 오래 전에 훑어보고 던져두었던 헌책을 다시 꺼내어 한껏 게으르게 뒤적거리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에는 디지털 세상에 대한 아날로그적 반감이 고개를 쳐들고 있음도 사실입니다. 예컨대 젊은 시절 마치 식탐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닥치는 대로 읽어치우고는 독후감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서가에 도로 꽂아놓았던, 그래서 이제는 읽었던 기억조차 아슴푸레한 책을 우연히 발견하여, 뽀얗게 앉은 먼지를 툭툭 털고 다시 펼쳐보면, 갈피마다 행간마다 묻어나는 속살의 내음이라니! 그 얼마나 아련하고 황홀한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 100년에 걸친 독특하고 신화적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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