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갈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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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갈 순 없잖아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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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한마음선원 하안거

안양 한마음선원 하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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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거安居의 계절이다. 붓다와 제자들이 폭풍우와 미물 살생을 피해 안거 했다면, 오늘날 출가 수행자들은 본분사를 지키기 위해 안거에 몰입한다. 올 여름 조계종에서는 100여 곳 선방에서 2,200여 수좌가 결제했다. 예전에는 안거 기간 중 출가자를 봉양하는 것에 재가자의 역할이 제한되었는데, 이제는 많은 불자들이 수행자로서 안거에 임하고 있다. 재가자도 부처님의 제자임을 자각하자는 취지로 ‘재가안거 수행결사’를 운영하면서 안거증을 발급하는사찰이 있고, 몇몇 사찰에서는 일일 점검표를 만들어 가정에서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생활 속의 참선수행도량’으로 자리잡은 안양 한마음선원에서는 해마다 재가자를 위한 안거를 마련한다. 90일 동안 하루 1시간 30분씩 수행하는 출퇴근 방식이다. 한 계절이 또다시 지나간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수행의 열기로 이 계절을 나는 이들을 찾아갔다.

| 재가불자를 위한 ‘무문관’
영원한 오늘에 사는 것이 생명의 실상이니 / 삼라만상 모든 것 한마음의 나툼 아님이 없네 / 인간으로 태어남도 한마음의 나툼이며 방편이니 / 이 도리 깨달아 윤회의 고해 벗어나 자유인이 되세
과거다 미래다 할 것 없이 오늘이 바로 영원 /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것이 부처님 나툼 아님이 없네 / 하늘과 땅 어디에도 부처님 아니 계신 곳 없으니 / 일체가 한마음 펼침이며 자비 광명일세
참선시간을 찬불가讚佛歌로 시작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불보살님 전에 공양 올리는 자리에서나 들어보던 노래 아닌가. 한마음선원의 찬불가에는 선법가禪法歌라는 이름이 따로 있었다. 깨달음의 원리를 노래로 배우고 자기 안의 부처님께 공양하여 수행의 뜻을 오롯이 세우는 의미이리라 짐작이 되었다. 선법가는 부처님이 ‘예경’과 ‘찬탄’이라는 바깥의 대상이 아닌 본래 자성의 자리에 있음을 천명하는 법음法音이었다.
이어진 것은 5분 체조였다. 지도법사 스님과 함께 “아이구, 시원하다!”를 외치며 굳어진 몸 여기저기를 정성들여 풀어주고 나니 표정들이 홀가분하다. 이제 앉아서 마음 하나 붙들고 들어갈 차례. 동참자 대표가 발원문을 낭독하는 사이, 다른 이가 조명을 끄고 하나하나 창문을 닫는다. 마지막으로 출입문을 닫고 잠금쇠를 돌린다. 잠금쇠 돌아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묵직한 빗장을 채우듯 마음속에서 ‘덜컹’ 하는 울림이 들렸다. 무문관無門館이 떠올랐다. 안거 수행자들이 참선에 들어가자 넓은 법당은 텅 빈 고요로 채워졌다. 그곳이 그대로 출세간出世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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