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잡초가 풀꽃으로 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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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잡초가 풀꽃으로 보이며…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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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통해 버린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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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함께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체통에는 반가운 소식보다는 세금고지서만 쌓여 갔습니다. 죽을 맛이었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무렵 세 살배기 큰 아이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녀석이 어느 날부터인가 7층 아파트 아래로 장난감을 자꾸만 내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장난감을 줍기 위해 아파트를 내려와야 했고 그러다보면 공원에서 잠깐 동안이라도 놀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녀석도 나만큼이나 아파트라는 비좁고 꽉 막힌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지요.

 
| 도시 출신 아내의 변화

나름 전원생활을 동경했던 아내였기에 산과 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시골행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도시 출신 아내에게 시골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몇 개월은 그런 대로 잘 버티는가 싶더니, 아이들 목욕시킬 공간은 고사하고, 산기슭에서부터 호스를 통해 쫄쫄쫄 흘러나오는 감질 나는 식수, 여름 장마 때면 똥물이 튀고 겨울이면 엉덩이가 차가운 재래식 똥 수간, 거기다가 텃밭의 분뇨냄새(아이들에게서 나온 분뇨를 모아 거름으로 사용하다보니), 비가 내리면 질벅거리는 마당. 무엇보다도 아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답답증이었습니다. 네 식구가 한 달에 60만 원으로 생활했던 쥐꼬리만한 생활비도 생활비였지만 집 근처에 슈퍼마켓은 고사하고 구멍가게 하나 없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시골 생활에 대한 감상적 시각이 아내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자 아내는 고통스럽게 독을 뿜어댔습니다. 고정 수입원인 방송작가 일을 때려치우고 돈 안 되는 농사일에 매달려가며 어쩌다 일거리가 들어오는 자유업을 선언해 버린 남편과 틈나는 대로 싸움박질을 했습니다. 이혼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적게 벌어 적게 먹고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은 대책 없는 남편이었으니 울화통이 터졌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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