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낙조 / 그 꺼지지 않는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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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낙조 / 그 꺼지지 않는 등불
  • 자현 스님
  • 승인 2014.02.0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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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마지막 여로는 파바성(波婆城, Pāvā)을 거쳐 쿠시나가라에서 끝을 맺는다. 파바에서 붓다는 금세공업자인 춘다(純陀, Cunda)의 공양을 받게 된다. 이것이 붓다의 마지막 공양이다. 춘다는 요즘으로 치면, 금은방과 대장간을 겸하는 제법 큰 규모의 사업을 하던 사람이다.

 
| 춘다의 공양과 중생을 위로하는 마지막 여정

춘다가 붓다의 일행을 대접한 음식이 바로, 두고두고 논란이 되는 수카라맛다바sūkara-maddava이다. 이를 북방불교에서는 ‘전단향나무 버섯’이라고 하고, 남방불교에서는 ‘부드러운 돼지고기’로 이해한다. 버섯과 돼지고기라는, 공통점이 전혀 유추되지 않는 이질성이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러한 양자가 묘하게 연결되는 것이 바로 송로버섯이다. 송로버섯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재료다. 지난 201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900g의 송로버섯을 한국인이 1억6천만 원에 낙찰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송로버섯이 귀한 것은 서식지와 개체가 적은 것도 있지만, 버섯이 부엽토 위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즉, 육안으로는 존재를 식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채취하기 위해 흥미롭게도 훈련된 돼지가 동원된다.

흔히 사람들은 돼지는 감각이 무딜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항에서 마약탐지견과 함께 마약탐지돼지가 활약할 정도로 후각이 좋고 영특하다. 때문에 송로버섯 채취에도 훈련된 돼지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버섯과 돼지라는 전혀 엉뚱한 두 가치에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즉, 송로버섯의 ‘돼지+버섯’이라는 관점이 각각 분리되어 전승되었을 수가 있는 것이다.

붓다는 춘다의 공양을 받고는, “이 음식은 붓다 이외에는 소화시킬 수 있는 이가 없으니, 아무에게도 주지 말고 버려라”라고 지시한다. 그것도 사람이나 동물이 접할 수 없도록 땅을 파고 묻으라고까지 하셨다. 내용인 즉슨, 음식의 조리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독버섯이 들어갔고, 붓다께서는 이를 곧바로 인지하신다. 그러나 이는 춘다의 의도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춘다의 신심 깊은 공양을 물리칠 수 없어, 당신은 드시지만 다른 이들은 먹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붓다는 이 음식을 먹고 중독 증세에 의한 극심한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 불전은 붓다께서 곧 돌아가실 것 같았다고 증세의 위중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붓다는 명상을 통해서 고통을 억눌러 극복하고는, 쿠시나가라에 이르는 최후의 여로에 오르게 된다.

춘다는 자신의 공양으로 말미암아, 붓다의 노구가 더욱 위태로워졌다고 판단해 후회하는 마음을 가진다. 이때 붓다는 춘다의 집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었지만, 춘다의 마음을 아시고는 시자인 아난을 보내 춘다를 위로하게 한다. “춘다의 공양은 붓다께서 수자타의 공양 끝에 정각을 성취한 것처럼, 열반이라는 완성을 이루는 공양으로 두 공양은 똑같은 공덕을 산출한다.”라고. 이렇게 붓다의 중생을 위로하는 마지막 여정은 시작된다. 보통 사람들의 죽음은 위로를 받으면서 가는 길이지만, 붓다의 경우는 위로를 하면서 가는 성스러운 걸음인 것이다.

 
| 사라쌍수와 그물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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