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림을 그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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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림을 그리노?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8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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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8월. 내 나이 스물하고도 아홉 살 때의 일이다. 5・18이라는 희대의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던 그 시기. 나는 좀 건방진 녀석이었다. 부산의 친구 녀석이 견성한 스님이 계시다며 만나보자고 나를 이끈다. 스님이 계신 곳은 부산 아미동의 가정집이었다. 그곳에서 스님은 제자들과 함께 불상을 모셔놓고 기도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스님의 법명은 해산海山. 꿈에도 못 잊을 이름이다.

1980년 8월. 내 나이 스물하고도 아홉 살 때의 일이다. 5・18이라는 희대의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던 그 시기. 나는 좀 건방진 녀석이었다. 부산의 친구 녀석이 견성한 스님이 계시다며 만나보자고 나를 이끈다. 스님이 계신 곳은 부산 아미동의 가정집이었다. 그곳에서 스님은 제자들과 함께 불상을 모셔놓고 기도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스님의 법명은 해산海山. 꿈에도 못 잊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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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정말, 좀 건방진 녀석이었다. 그런데 스님을 마주하곤 나도 모르게 몸을 굽혀 절을 올렸다. 체구도 작은 노스님인데. 참 희한한 일이다. 견성한 스님이라니 물어보고 싶은 게 참 많았다. 세상, 우주, 삶…. 헌데 질문이 모조리 생각나지 않는다. ‘잘 살면 되지 뭐. 열심히 살면 되지.’라는 생각만 가득 했다. 친구와 함께 나는 그저 스님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 중국의 유명한 화가가 있었어요. 하루는 돈 많은 사람이 그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지요. 그런데 그림이 말도 못하게 비싼 거예요. 심지어 엄청나게 오래 기다려야 했지요. 하지만 그 사람은 기꺼이 돈을 내고 오랜 기다림 끝에 그림을 받았어요. 그런데 막상 그림을 보니 아무 것도 없는 거라. 이거 참. 귀퉁이에 달랑 ‘명월明月’이라는 글씨만 적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명월’이라고 부르니 음악이 흐르고 조그만 정자가 나타났어요.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지요. 그곳에서 잘 놀다 돌아온 그 사람은 그 뒤로도 심심할 때마다 그림 속에 들어가 그곳에 갔지요.”

기왕 그림을 그리려면 그 정도는 그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다. 그리고는 스님 덧붙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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