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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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듣기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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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답답해서 물어보려고 말을 꺼낸다는 도법은 마주이야기에는 묻기가 앞서고 듣기가 뒤를 따른다고 했다. “대화는 마치 숨 쉬기와 같아요. 들숨날숨이 ‘목숨 잇기’라면, 생각 들숨날숨은 말이라 할 수 있잖아요. 무엇을 잘 모르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면 답답하니까 입을 열지요.” 마주이야기를 나눌 때 무엇보다 잘 묻고 잘 듣기가 가장 중요해 법문을 할 때도 묻기부터 한다는 도법. “대화로 뭘 풀어보자면서 상대가 하는 말을 믿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에요? 의심이 들면 파고들어서라도 드러내야 옳지.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 말을 믿지 않고 딴죽만 건다면 대화가 아니라 염탐이지요.” 마주이야기 바탕에는 진실성과 믿음이 깔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세상은 귀를 거쳐 우리 안으로

독수리와 매 같은 맹금류나 사자나 표범 같은 괭이과 맹수들은 눈이 발달하고, 개과 동물은 눈보다 귀와 코가 발달했다. 고양이가 쌀쌀맞은 까닭은 눈에 의지하기 때문이고, 개가 정에 약한 까닭은 귀를 열어 제 마음을 내어 주기 때문이란다. 사람도 다르지 않아 귀가 발달한 사람은 눈이 발달한 사람보다 공격성을 덜 띠며 침착하고 돌이켜볼 줄 알고, 말하기에 앞서 귀를 기울인다. 얼 문화권인 동양에서는 귀를 앞세우고 물질 문명권인 서양에서는 눈을 앞세우는데, 우리는 눈을 거쳐 세상으로 나가고 세상은 귀를 거쳐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 나를 드러내는 눈이 냉철한 머리와 같다면, 너를 받아들여 감싸 안는 귀는 넉넉한 품이다.

불교를 대표하는 관세음보살은 말과 소리를 관觀하여 드러내는 보살이다. 소리를 꿰뚫어 드러내다니 무슨 말인가? 어렵던 시절, 나라 사람들은 힘겹다는 말조차 드러내 하지 못했다. 이를 앙다물어 참아내는 신음을 표정 없는 겉모습을 훑어 살필 수밖에 없었기에 오감을 곤두세워야 읽을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마주이야기 할 때 우리는 제 이야기만 하기에 바빠 상대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인디언 부족 라코타 사람들은 말 앞뒤에 오는 침묵을 소중하게 생각해 이야기를 나눌 때 서두르지 않는다. 말을 꺼내기에 앞서 생각을 거르는 고요와 말을 마치고 났을 때 참말뜻을 헤아리려는 고요는 마주이야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예절로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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