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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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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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사전의료의향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인간답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국내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을까. 오해는 마시라. 이 질문은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죽음이 임박한 순간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이른바 ‘존엄사’라 불리는 죽음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는 환자 본인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다. 환자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가족이나 의료진에 의해 연명치료를 받으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죽음을 늦추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현상은 환자 본인에게 유의미한 것일까? 죽음을 둘러싼 윤리・도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 고통뿐인 연명치료 대신 인간다운 죽음을

사실 존엄사의 문제는 상당히 예민한 구석이 있다. 분명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를 어떻게든 연명시킬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고,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무가 있는 의사들은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환자의 연명치료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연명치료의 과정에서 환자 본인의 의사는 생략되거나 무시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서구권 국가에서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바로 ‘사전의료의향서’라는 문서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일반적으로 중증 말기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의료진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사전의료의향서라는 문서는 국내에서 아직도 많이 생소하다. 하지만 이를 적극 알리고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대표 손명세, 이하 ‘사실모’)이다.

사실 사전의료의향서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년쯤 전이다. 미국 교포들이 의미 있는 제도라며 개인적으로 국내에 소개하고는 했다. 그러나 사전의료의향서가 의료현장에서 실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사실모의 회원들은 사전의료의향서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실모의 이일학 사무총장의 말이다.

“사전의료의향서라는 게 아주 특별한 건 아니에요. 그저 의사에게 ‘나는 어떤 치료를 받고, 어떤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서식일 뿐이에요. 유서와는 다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80~90%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아요. 대개 임종기에 연명치료라는 명목으로 여러 치료를 받게 되죠. 개중에는 필요한 것도 있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고통만 주는 것들도 있어요. 그래서 원치 않는 치료를 거부하고 당당하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행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 더 많은 존엄한 임종을 위하여

이 사무총장에 따르면 사실모가 구성된 것은 2012년 9월경이다. 하지만 사전의료의향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10년 10월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죽음 관련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사전의료의향서를 알리는 식으로 활동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소개에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작성된 서식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등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전의료의향서는 언제 작성하는 것일까.

“언제든지 작성이 가능합니다. 사전의료의향서가 알려지면서 20대 청년이 장기기증 서약서와 함께 동시에 작성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경우 사망 2~3주 전, 보통은 1주일 전 정도에 작성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물론 의식을 잃기 전에 작성이 돼야죠. 암 질환처럼 예후가 분명한 질환의 경우가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이 가장 필요한 대상이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문제는 의료진의 의지예요. 경험 많은 의료진의 경우 80%의 확률로 사망을 예측할 수 있거든요. 의사들이 죽음을 선택하려는 환자들의 뜻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 사전의료의향서의 성패가 갈릴 겁니다.”

단순히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은 연명을 원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폭력적일| 더 많은 존엄한 임종을 위하여

이 사무총장에 따르면 사실모가 구성된 것은 2012년 9월경이다. 하지만 사전의료의향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10년 10월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죽음 관련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사전의료의향서를 알리는 식으로 활동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소개에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작성된 서식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등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전의료의향서는 언제 작성하는 것일까.

“언제든지 작성이 가능합니다. 사전의료의향서가 알려지면서 20대 청년이 장기기증 서약서와 함께 동시에 작성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경우 사망 2~3주 전, 보통은 1주일 전 정도에 작성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물론 의식을 잃기 전에 작성이 돼야죠. 암 질환처럼 예후가 분명한 질환의 경우가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이 가장 필요한 대상이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문제는 의료진의 의지예요. 경험 많은 의료진의 경우 80%의 확률로 사망을 예측할 수 있거든요. 의사들이 죽음을 선택하려는 환자들의 뜻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 사전의료의향서의 성패가 갈릴 겁니다.”

단순히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은 연명을 원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다. 차라리 품위 있는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족들과 짧게라도 시간을 가지면서 임종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게 사실모의 판단이다. 이런 경우 가족들이 좀 더 분명하게 죽음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암환자의 경우 치료비의 절반이 임종하기 직전 세 달 동안 소요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의 치료는 대부분 의미 있는 치료가 아니라는 게 이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임종을 받아들이고 서로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면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막을 수 있다. 불필요한 치료비용의 절약은 건강보험의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사실모를 통해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대략 3만 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 새로 작성되는 건수는 50통 정도다. 그래도 아직 한국은 사전의료의향서 작성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사전의료의향서가 일반에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의료의향서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여러 분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환자 본인의 뜻을 차후 가족들이 무효로 만들어버리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 사전의료의향서가 더 널리 보급된다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선택권은 보장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마지막 순간 타인이 억지로 목숨줄을 부여잡고 놔주지 않는 것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눈 감는 죽음을 원할 테니 말이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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