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바꾸는 3박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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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3박 4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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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백련암 아비라 기도

비로자나부처님의 법신을 뜻하는 진언인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를 염송하는 기도. 참회의 108배, 법신진언 장궤합장(무릎을 바닥에 대고 몸을 ‘L’자로 세워 합장한 자세) 염송, 능엄주(대불정능엄신주의 줄임말) 독송을 1시간에 걸쳐 하는 것을 1품으로 하여, 3박 4일간 24품을 완수한다. 1년에 4번, 동안거와 하안거 결제·해제를 즈음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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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께서는 고생을 극복하고 난 뒤에 오는 자기에 대한 긍정심, 자기확신이랄까 ‘나도 했어, 이뤘어’ 하는 희열이 다음 공부를 해나가는 데 큰 밑바탕이 된다고 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스님께서 절해라 기도해라 하시는 것은 참선 잘하는 심신을 키워주는 훈련이고 연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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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갈 힘 있으면 아비라 기도 하라

아침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백련암에는 불자들이 마당을 거닐며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조호영(남, 42) 씨는 올해 처음으로 삼천배를 한 뒤 이번에는 아비라 기도를 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어젯밤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려고 했는데 주차해 놓은 차가 앞뒤로 막혀 못 갔습니다. 마흔 넘으면서 몸도 아프고 자신감이 없어져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는 마음으로 왔어요. 공무원이라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장궤합장을 30분 동안 하려니 너무 힘든 거예요. 처음 한 번은 억지로 마쳤는데 두 번째에는 무릎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어요. 끊임없이 시계만 봤죠. 옆에서 하시는 분들의 힘이 느껴져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발원은 오직 ‘한 품 한 품 잘 마치게 도와주십시오’입니다.”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지만 그의 표정에는 담담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동이 트자 사람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모든 전각은 아비라 행자行者들로 가득 메워졌다. 첫 순서인 108배를 하는 동안 “속이지 말라”고 강조했던 성철 스님 말씀이 백팔참회문과 겹쳐졌다. 다음은 법신진언 염송. 대중은 일사분란하게 장궤합장으로 자세를 바꾸고 곧바로 염송을 시작했다. 장궤합장 자세를 유지하는 것보다 매순간 집중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다. 어느덧 30분이 채워지고 다리를 풀기 위해 3배를 할 때에야 무릎이 쪼개지는 것 같은 통증이 스쳤다.

다음 순간, 곧바로 이어지는 능엄주 독송의 빠른 속도에 그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긴 능엄주를 모두 외워 독송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아비라 기도에 수십 년째 동참하는 불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1시간을 채우고 아비라 기도 1품을 마쳤다. 몸은 힘들었지만 성취감이 더 컸다. 김영숙(여, 81, 천진성) 백련암 신도회장은 올해로 42년째 아비라 기도를 하고 있다.

“39세 때 처음 백련암에 왔으니 42년 됐네요. 그보다 약 15년 전에 아비라 기도가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성철 스님 계실 때는 중간에 오셔서 법문을 해주셨지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 쉬어 가면서 하지만 ‘화장실 스스로 갈 수 있으면 1년에 4번 아비라 기도를 하라’고 하신 큰스님 말씀을 잊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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