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워야만 만날 수 있는 성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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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워야만 만날 수 있는 성스러움
  • 불광출판사
  • 승인 2012.09.0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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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봉정암 순례기




순례(巡禮)’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순례는 종교상의 여러 성지나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참배함이라는 뜻의 명사다. , 특정 종교의 성지를 찾아다니며 성지를 직접 마주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활동이 곧 순례다. 세계 각지에는 순례를 위한 길이 수도 없이 많다. 스페인 북부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가 대표적이다. ‘순례자의 길이라 부르는 총 800km의 그 길을 찾아 사람들은 끊임없이 몰려든다. 우리나라에도 순례자의 길못지않은 순례코스들이 있다. 여러 곳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순례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비춰봤을 때 자장 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5대 적멸보궁을 향해 가는 길이 가장 그 뜻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까.

5대 적멸보궁이란 양산 영축산 통도사, 인제 설악산 봉정암, 평창 오대산 상원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 정선 태백산 정암사를 말한다. 5대 적멸보궁 중에서도 길이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 바로 설악산 봉정암이고, 많은 사람들이 평생 한 번은 꼭 가보기를 원하는 곳 또한 설악산 봉정암이다. 그만큼 봉정암은 평생 한 번 가보기조차 힘들다고 정평이 나있는 곳이다. 이만하면 봉정암 가는 길은 한국을 대표하는 순례길이자 순례의 의미를 되새겨보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곳이 아닐까. 

사람들은 왜 이 길을 오르고자 하는가?

봉정암 순례는 목적이 목적인 만큼 본래 취지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래서 선택한 길은 백담사-영시암(3.5km)-오세암(2.5km)-봉정암(4km)으로 이어지는 코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봉정암에 오르기 위해 택하는 길은 백담사-영시암-수렴동 대피소를 거쳐 올라가는 코스(10.6km). 그러나 봉정암에서 오세암으로 넘어온 사람들은 왜 하필 이렇게 힘든 코스를 택했느냐. 각오를 단단히 하고 물을 충분히 준비하라.”고 했다. 산 좀 탄다는 사람들이 보내는 이런 우려의 이유를 체감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세암 뒤편으로 난 길은 생각보다도 가파른 여정의 반복이다. 좁은 오솔길과 돌계단을 따라 오르내리길 수차례. 처음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동행도 오래지 않아 말문을 닫아버린다. 처음엔 머릿속에 갖은 잡념들이 가득했지만 나중에는 하나의 의문이 그 생각들을 지워버렸다. ‘사람들은 왜 이 길을 가고자 하는가?’

대여섯 개의 고개를 넘는 동안 찾아온 근육통은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하지만 진정한 고난은 오세암에서 출발해 봉정암까지 이어지는 총 4km의 구간 중 마지막 1km에서 찾아왔다. 두 다리로 디디고 선 땅은 점점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고, 몸은 점점 아래를 향해 낮아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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