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계획된 교화 초기의 행보
상태바
철저하게 계획된 교화 초기의 행보
  • 자현 스님
  • 승인 2011.11.07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부처님의 참모습

우루벨라 가섭을 향한 의도된 목적

붓다가 전도선언을 통해 60명의 제자들을 흩어 보내고, 자신이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세나니 마을이다. 이곳은 붓다가 6년 동안 고행했던 우루벨라촌 인근인데,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부터 불[]을 숭배하던 가섭 3형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가섭 3형제는 우루벨라 가섭, 나제 가섭, 가야 가섭이다. 이들은 서로 인접한 지역에서 각기 500, 300, 200명의 제자들을 거느린 당시 왕사성 주변의 최대 교단이었다. 흔히 알려지기로 붓다의 교화는 대기설법, 즉 조건에 따른 수시응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때만큼은 철저하게 계획된 행보를 보여준다.

붓다는 6년간의 고행기간 중에 이들의 명성과 교단의 특징을 전해 들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교화할 수 있다는 해법과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는 붓다의 교화가 세나니 마을을 지목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곧장 우루벨라 가섭의 교단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통해서 분명해진다. 우루벨라 가섭의 교단을 찾은 붓다는 평범한 수행자로서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한다. 자연스러운 접근, 그러나 그것이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을 우루벨라 가섭은 몰랐을 것이다. 존재의 숙명은 언제나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채 다가온다.

당시 우루벨라 가섭은 120세의 연만한 나이였다고 전한다. 우루벨라 가섭이 당시 120세라는 것은 그의 원숙함에 대한 숫자적 상징이다. 불교에서 ‘4’‘4의 배수는 완전함의 의미를 내포한다. 그래서 ‘4×3=12’는 이미 충분히 완숙한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다. 이는 붓다의 탄생 직후 삶을 예언하는 아시타 선인이나 마지막 제자인 수바드라 등이 모두 120세로 등장한다는 점 등을 통해서 단적인 인식이 가능하다.

36세의 붓다가 노회한 수행자를 꺾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뉘엿한 저녁에 찾아와 잠자리를 구하는 것은 언제 생각해도 극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붓다에게 되돌아온 우루벨라 가섭의 대답은 빈 방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붓다는 날이 어두워 이동하기 어려우니 신성한 불을 모시는 화당(火堂)에서 묵어도 되냐고 묻는다. 가섭 3형제는 불을 숭배하는 배화교도였기 때문에, 우루벨라 가섭에게는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보살피는 불이 있었다. 붓다는 이들 신앙의 핵심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우루벨라 가섭은 젊은 수행자의 당돌함에 심기가 불편했다. 그러나 곧 흔쾌히 수락하며, 그곳에는 킹코브라도 함께 있다고 가르쳐준다. 젊은 도전자와 노회한 수장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조용히 충돌해간다.

불의 숭배와 킹코브라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