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제를 만나다
상태바
불교, 경제를 만나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09.23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불교, 경제를 만나다

무소유의 종교불교가 경제에 눈을 뜨고 있다. 팍팍했던 일주문 안의 살림살이를 보다 윤택하고 풍부하게 하기 위한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산과 들을 이용해 다양한 생산품을 내놓는 사찰들이 늘었고 또 불교 생필품들을 직접 생산해 소비하는 곳도 눈에 띈다. 포교와 같은 목적사업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사찰들도 있다. 과거와 달리 불교 가 왜 경제에 눈을 돌리게 되었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알아보고,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스님과 불자들의 얘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불교경제활동의 현황과 지향점

불교와 경제의 도킹이 시작되다

지금 한국에서의 불교와 경제의 결합은 어색하다.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알 아가는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만난사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관계다.

과거 불교경제가 어정쩡한 관계에 있었던 것은 불교 특유의 가난의 미덕에서 기인한다. 특히 무소유(無所有)’는 불교와 경제의 양립을 저해하는 핵심적인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부처님이 남긴 말씀들을 보면 불교와 경제가 남남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잡아 함경에서 사분법(四分法)을 말씀하신다.

수입의 1/4은 생계비로, 1/4은 생산비로, 1/4은 자기 또는 타인의 빈궁에 대비하여 저축하고, 1/4은 농부나 상인에게 빌려주어 이자를 받도록 하라.”

물론 수행자는 정진에 집중하고 재가자는 적절한 경제활동을 할 것을 권 한 말씀이지만 부처님이 경제 자체를 멀리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어정쩡했던 불교와 경제가 도킹(Docking)을 시작했다.

불교계 안팎에서 도심과 농촌 사찰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생산에 뛰어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또 종단 차원에서 수익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이렇게 사찰들이 직접 경제(또는 경영)에 뛰어드는 것은 급변하고 있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손 놓고 있다가는 사찰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찰들은 문화재구역 입장료(문화재 관람료)와 신도 보시 등 주로 외부의 자원에 의지해 운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신도들의 보시도 한계를 드러내면서 자구책 마련이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승려노후수행마을 불사의 1차 회향을 앞두고 있는 고창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은 노후수행마을 운영과 스님들의 복지를 위해 수익사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기존의 예산으로는 포교와 지역사업들을 진행하기에도 버거워 더 이상 수익사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불교경제활동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점검해야 할 것들은 적지 않다. ‘사찰경영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사업들이 무분별하게 문어발식으로 확장되는 것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최근 모 시사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기되었던 납골당 건설과 같은 문제는 사업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점을 던졌다. 또 조계종이 현재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수나 상조사업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방 사찰주지 소임을 보고 있는 한 스님은 산에서 좋은 물이 쏟아져 내려오는데 물을 판다는 것이 맞느냐.”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부족했다.”고 비판한다.

경영컨설팅 살림의 김관태 대표는 불교 경제사업의 조건으로 사업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가 불교의 가치와 철학을 담고 있는가 사업을 통해 대중을 선도하거나 포교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가 사회에 대한 기여와 봉사 등의 공익성을 갖고 있는가 사람과 일을 조직하고 키워가는 사업인가 명분이 있는 사업인가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 불교경제활동은 시작되고 있다. 또 많은 사찰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을 속속 수립하고 있다. 이제 불교경제의 올곧은 길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부대중들의 몫이다.

자립경제 찾아나선 생산불교의 현장

()도 주고 재화(財貨)도 제공한다

생산불교의 모델 대승사

문경 사불산 대승사. 지난 하안거 대승사에서는 60여 대중이 머물렀다. 대승 선원에서 27명의 수좌스님들이 정진했고, 재가자 15명도 시민선원에서 함께 공부했다. 또 템플스테이 참여자도 하루 평균 20여 명에 달했다. 상주 대중 이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절 살림을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대승사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곳도 아니고, 도심에 있는 사찰도 아니다.

그럼 대승사는 어떻게 이 많은 대중들을 이끌고 살림을 살 수 있었을까? 대승사 주변을 살펴보면 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대승사 일주문 옆에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와 작업장이 있다. 여기서는 다구(茶具)와 옹기 등 각종 도자기가 쉼 없이 생산되고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도 직접 도 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대승사 주변에서는 장뇌삼과 버섯 등이 재배되고 있다. 산중사찰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이와 함께 대승사에 서는 뽕잎차와 오미자차를 비롯한 차(), 된장과 고추장 등 장류 식품, 도라지와 더덕 등이 재배되고 있다.

대승사 주지이자 선원장인 철산 스님은 절 살림을 살기 위해 이것저것을 만들다보니 현재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스님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산중사찰은 보시로 운영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판매보다 보시로 더 많이 나간다고 한다. 비율로 따진다면 1:9 정도. 철산 스님은 판매를 많이 해서 수익을 거두는 것도 좋겠지만 사찰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절에서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나중에 지인들과 함께 꼭 다시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87일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절을 나서는 사람들 손에는 조그만 다기세트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철산 스님은 앞으로 농촌이나 산촌 사찰들은 운영에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주변의 산과 농지 등을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사찰경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찰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장청규 실천하는 영평사

89일 오전 11시 공주시 장기면 영평사 아래 영평식품 공장에서는 망치질(?)이 한창이다. 방금 가마에서 꺼낸 죽염을 먹기 좋은 적당한 크기로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다. 옆 건물에서는 고추를 빻고 있었다. 고추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영평식품은 영평사가 출자해 만든 법인이다. 이곳에서는 된장과 고추장, 간장, 청국장, 장아찌, 죽염은 물론 영평사의 상징이 된 구절초를 이용한 각종 제품들이 만들어진다. 정규직원 7명에 일용직 노동자들까지 합하면 2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연 매출액도 10억 원을 넘겼다.

영평식품을 지나 영평사로 올라갔다. 전각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아담하게 앉아 있다. 장이 가득 담긴 항아리와 구절초가 보인다. 구절초는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피는데 영평사는 10월 초에 축제를 벌인다. 매년 7~8만 명이 전국에서 이곳을 찾는다. 이와 같은 불사는 모두 영평사 주지 환성 스님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들어온 것이다.

충청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불교세가 약합니다. 영평사엔 신도들도 몇 명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법회를 열면서 포교를 시작했지요. 그 당시에는 농촌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인지 어린이법회에 180명까지 나왔습니다. 매주 토요일에 어린이법회를 하면서 봉고차 3대를 운행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을 만나는 것은 좋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 죽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환성 스님은 이전부터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의 백장청규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행하고 일하며 포교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던 차였다. 처음에 죽염 등 제품을 만들었을 때 마땅한 판로가 없어 판매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법인인 영평식품을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두 40가지 가 넘는 제품을 생산한다. 스님은 직접 만들어보면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영평식품은 그 어떤 대기업에서도 하지 못하는, ‘진실과 순수를 모토로 모든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영평식품 운영이 많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아직 확실하게 수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스님은 지역 청소년 포교에 매년 1억 이상씩을 투자하고 있다.

환성 스님은 많은 스님들이 경제에 눈을 뜨고 있다. 이제는 사찰의 자립 기반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도 사업의 수익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 포교와 전법을 위해 수익이 쓰인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색에 맞는 생산에 나선 불교

대승사와 영평사 외에도 자립경제를 위해 뛰고 있는 사찰은 많다. 강화 선원사는 오래 전부터 연() 관련 제품들을 만들어 왔다. 2003년부터는 사찰 인근 논을 임대해 연밭을 조성했다. 여기서 생산된 연을 이용해 연잎차와 연근차, 연국수, 연김 등의 제품과 음식 재료로 쓸 수 있는 연근과 연잎가루 등 반가공식품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제품 수만 20여 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선원사는 매월 6,000~7,000만원, 연 평균 7~8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사찰 재정의 60% 이상으로, 대부분 사찰 복원불사에 쓰이고 있다. 성원 스님은 전국의 50개가 넘는 식당에서 선원사 제품을 쓰고 있다.”앞으로도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