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격을 높여주는 차(茶)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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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격을 높여주는 차(茶) 명상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06.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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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만나다/초의 차(茶) 명상원

어린이법회 교사로 시작된 불교와의 인연
찬장에서 커다란 놋그릇이 번쩍번쩍 빛나는 꿈을 꾸고 나를 낳으셨다는 부모님. 그 태몽처럼 어디에서라도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절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부처님을 보고 절 주변을 배회하다가 불교를 공부하게 되었다. 70년대에는 한국불교가 포교를 잘하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불교에 입문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나 역시 그때까지는 불교를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1988년 송파구로 이사를 하고, 잠실 불광사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불교설화를 얘기해 주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줄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불교에 대한 개인적인 이해도 깊어지고 보너스로 레크리에이션 2급 자격증까지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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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법회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자꾸자꾸 많아졌다. 한 번은 백양사로 여름불교학교를 떠났는데, 신청어린이가 많아서 선방 스님들이 모두 방을 비워주신 적도 있었다. 320명의 어린이가 함께 108배를 올리고, 반야심경을 외우고, 참선과 발우공양, 불교동요 부르기, 율동, 등산을 하였다. 법회에 참석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 모습이 참으로 의젓해 보였다. 동시에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으로서 더 열심히 활동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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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곧 수행인 차()
명상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나의 삶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꿈을 심어주기 위해, 또 내 삶이 먼저 행복해지기 위해 불교 공부를 계속했다. 처음에는 참선수행을 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시간이 여의치 않았고, 또 근기가 많이 부족해 항상 어려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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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차() 명상 시연 및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내게 딱 맞는 새로운 수행법을 만나게 되었다. 차를 마시며 수행할 수 있다는 지장 스님(초의차명상원 원장)의 말씀은 놀랍고도 흥미로웠다. 세미나가 끝나고 곧장 명상원에 문의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직장근무 시간대와 겹쳐는 바람에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안 있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장 스님께서 주말 오후 원광디지털대학교에서 차치료사반 수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차명상에 대한 호기심과 의지가 더 컸기에 주저 없이 차문화 경영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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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수업은 그야말로 꼼꼼함 그 자체였다. 현관에 신발 벗어놓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공수자세, 절하기, 방석에 앉기, 차 우리기, 손님에게 차 드리기, 정리정돈하기, 우리 옷 바르게 입기, 차와 건강, 차 만들기, 차의 성분 등을 이론과 실습을 통해 배웠다. 입학한 지 1년이 지나서는 본격적으로 다도(茶道)를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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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방학을 이용해서 초의차명상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초과정, 사범과정, 전문사범까지 공부했다. 남들보다 부족한 시간이지만 틈틈이 몇 년간 노력한 덕에 차 명상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고, 그 후 지금까지 10여 년간 차 명상을 수행하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동안 차 명상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었다는 즐거움만큼이나 명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무엇보다 일상이 곧 그대로 수행이라는 옛 선사들의 말뜻을 오롯이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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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수행의 연장이다.

명상을 통해 변화된 아이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배운 명상을 가르쳤다. 정규수업 시작 전에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며 5분간 기초명상을 하고 그날의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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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내쉬고, 내 몸속으로 맑은 공기가 들어가고 탁해진 공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생각하며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내쉽니다. 가장 좋아하는 분을 두 분만 머릿속에 떠올리세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과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좋은 말을 해줍니다.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이렇게 멘트를 바꾸어 가면서 사랑주기명상, 자비명상, 집중명상 등을 꾸준히 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이 활발하게 놀다가도 공부의 시작과 끝을 분별할 줄 아는 태도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은 학부모들의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명상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이 확대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해마다 4~6명의 어린이들에게 다도 교육을 실시하면서, ‘전국청소년차예절경연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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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수행
몇 해 전 내게 큰 시련이 닥쳤다.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건강하고 정이 많은 동생이었는데, 아버지 제사를 앞두고 저녁 때 잠깐 밖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 50대 중반의 동생이 6일간 사경을 헤매다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지켜보며, 마지막 모습들이 눈에 밟혀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한동안 마냥 슬프기만 했다. 하루는 수업이 있어서 초의차명상원에 가야 하는데, 몸도 마음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수업이 다 끝난 뒤에야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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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늦으셨어요.”라고 묻는 실장님의 말에 대꾸를 못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 나를 본 지장 스님께서는 말없이 차를 한 잔 건네셨다. 차를 우려주시면서, 따뜻한 찻잔의 느낌, 차를 마시면서 차 맛과 몸속으로 퍼지는 차의 느낌을 느끼라고 하셨다. 잠시 후 스님은 동생의 얼굴과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얼굴이 편안해 보이나요라고 물으셨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동생의 얼굴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온 세상의 슬픔을 나 혼자 짊어진 것처럼 무거웠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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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차 명상을 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바꿔 갈 수 있었다. ‘동생의 죽음이라는 조건을 멀리서 바라보며 생활을 불편하게 하던 우울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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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심는 부처님의 씨앗
연초에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수원 화성을 찾았다. 서둘러 출발한 탓에 종이 울리기까지 3시간이나 여유가 있었다. 혹시 주변에 절이 있을까 해서 돌아보다가, 팔달문 옆에 있는 경기불교문화원에 올랐다.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 전에 3배의 예를 올리고 앉았는데, 옆에서 유치원생 어린이 두 명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다소곳이 앉아 다도시연을 하고 있었다. 조그만 손으로 차를 우리는 모습이 어찌나 어여쁜지, 잠시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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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인스턴트 차를 타서 마실 줄만 알았지, 차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내가 10년 넘는 세월을 차 공부에 매달리는 걸 보며 친구들은 차를 그냥 우려서 마시면 되지 무슨 차 공부를 그렇게 오랫동안 해.”라고 묻곤 한다. 하지만 배울수록 묘미가 있고 매력 있는 차 공부는 내 삶의 격을 높여주는, 자기 계발을 위한 끝없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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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께 배운 차 명상은, 명상에 대한 올바로 시각을 정립할 수 있었던 계기이자 밑거름이 되었다. 초의차명상을 공부하며 깨달은, 아니 체험하고 확인한 사실 명상은 멀리 있지 않으며, 생활이 곧 명상이라는 가르침이다. 오늘도 나는 차의 맑은 향과 기운을 머금으며, 나와 아이들의 가슴속에 부처님의 씨앗을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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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의차명상원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야외 명상 강좌도 실시한다.

초의차명상원 안내
초의차명상은 마음을 유익하게 잘 다루어 심신의 평화 및 유익한 상태를 얻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변화와 행복을 성취하게 하는 현대적인 명상기법입니다. 초의차명상원에서는 지장 스님(명상원장)의 지도 아래 마음을 다치지 않는 법, 스스로 자신감을 만드는 법, 그리고 인격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 등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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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매년 봄학기(3월 개강), 가을학기(9월 개강)

시간/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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