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Zen)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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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Zen)을 입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06.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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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나라 젠(Zen) 풍경/젠 패션(Zen Fashion)

그들이 걸치는 젠의 의미
세 아이의 엄마로 원예대학원에 입학예정인 루샤 파워(38, 캘리포니아). 젠 스타일(Zen Style) 블라우스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옷이라고 말한다. 부들부들한 하얀 면에 목젖 바로 아래까지 감싸는 디자인. 누구는 요리사 옷이냐고 묻기도 한다지만, 그마저도 뉴욕 고급 식당 풍모가 나지 않느냐며 웃는 그녀다. 이 블라우스를 젠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그녀만의 이유가 있다
.
입을 때마다 마음과 몸이 차분해져요. 단순함이 좋죠. 물론 끈이 여러 개 있어서 복잡해 보이지만, 다 여미고 나면 간결해집니다. 세련되게 절개된 라인, 이 옷 하나로도 돋보이게 되죠. 정장 블랙 바지를 입어주면 시크(Chic)한 도시여성 이미지가 납니다. 제게 있어 젠은 이처럼 완벽한 한 조각이에요. 자연스런 색과 섬유, 청정한 고요에 다가가는 느낌이죠. 깨끗한 걸로 치면 미국사람들이 즐기는 흰 티와 청바지도 있겠지만, 젠 스타일에는 한 격 높은 세련미가 있어요. 아시아에서 온 아련함도 있고요. 마음을 잡아줍니다
.”
루샤는 버클리에서 이 옷을 구입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 일대에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독립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도 젠 스타일이 각광받는다
.
초등학교 선생님인 제시카 캠벨(30, 캘리포니아). 그녀가 입은 바지는 면에 식물 염색을 한 것이다. 5월 초 데이비스에서 열린 ‘Whole Earth Festi-val(전 지구 축제)’에서 샀다. 금잔화로 염색한 노란 실크 스카프도 가방 안에 들어있다
.
젠 스타일은 액체처럼 부드럽게 감싸주는 옷입니다. 편안함이죠. 자연섬유에 자연염료를 한 순한 기운. 거기에 건축적인 조형미가 있어요. 구조적인 미감이랄까요. 보세요, 이렇게 팔을 들면 소매가 세모로 직선의 정제미를 보이죠? 이 옷 말고 다른 옷들도 평면적인 분위기를 냅니다. 하지만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공간미를 보여주죠. 마치 현대 건축가의 작품처럼요
.”
제시카는 면이나 마, 실크, 울 등 자연섬유를 즐긴다. 감색 튜닉(Tunic, 허리 밑까지 내려오는 낙낙한 상의)도 도톰하게 짜진 면이었다. 트임 있는 소매 사이로 보이는 고운 장미 덩굴 문신이 생기 있어 보였다. 그녀의 신발 역시 단순하면서도 편안히 감싸주는 젠 스타일이다. 구제용품점에서 만난 70년대 빈티지 구두다
.

뮤어 우드에서 만난,
그 남자의 바지
태평양 연안에 있는 원시림, 뮤어 우드(Muir Woods National Monument)에는 삼나무가 하늘로 뻗어 있다. 여름에도 이슬과 안개가 번갈아 머무는 서늘한 곳이다. 주말이면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등산객이 몰려온다. 대부분 잘 갖춘 하이킹 복장이다
.
한 커플이 눈에 띄었다. 모델 같은 몸매에 모피 재킷을 걸친 여인과 승복처럼 통이 넓은, 출렁이는 바지를 입은 중년신사였다. 영어에 악센트가 강한 걸로 봐서는 유럽에서 온 관광객 같다. 신사의 회색 바지를 자세히 보니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인 듯하다. 언뜻 보면 승복 같지만, 옆 선에 세 개의 주름이 잡혀있어 신사복 느낌이 났다. 요즘 남자들 하이패션(최첨단의 유행)에서도 간간히 등장하는 디자인을 좀 더 과장되게 강조했다. 사내는 터키에서 온 무사인 듯, 산보 나온 사무라이인 듯 이국적 카리스마를 뿜으며 산길을 내려갔다
.

장거리 버스 여행을 위한 젠 운동복
뉴욕에서 인근 도시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 다시금 버스가 각광받는다. 기차보다 요금이 싸고 인터넷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 행 버스를 기다리는 한 젊은 여성은 4시간 반을 가야 하는 장거리 여행을 위해 운동복을 택했다. 그녀의 바지에는 자가 새겨져 있다. 아마 요가나 필라테스를 위한 운동복일 것이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양이다
.



새로운 패션 아이템 한자(漢字
)
맨해튼의 부자들이 산다는 어퍼 웨스트 사이드(Upper West Side)’에서 시내 방면으로 가는 버스 안. 은발의 고운 할머니가 웃으며 인사한다. 검정 옷에 붉은 한자로 사랑 ()’가 수놓아져 있다. 할머니는 많은 한자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어 골랐다며, 상점까지 일러준다. 색깔을 맞추고자 바지와 재킷까지 검정색으로 입고 빨간 운동화를 신으셨다. 이제 애()를 비롯해 안(), (), () 등 마음을 살피게 하는 몇몇 한자들은 미국 사람들에게도 상식이 되었다. 액자에 넣어 걸어 두기도 하고 바닥 장식에 쓰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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