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트는 봄을 닮은 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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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트는 봄을 닮은 아이들에게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05.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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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자들과 함께 떠나는 산사여행/경기도 파주 보광사

모성의 대자대비를 깨닫게 해준 아이들
올해는 사월초파일을 앞두고 봄나들이 겸 천년고찰 파주 보광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좀 특별했다. 만 네 살 난 외손자 두 녀석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녀석들에게는 생전 처음으로 할아버지 할머니하고만 떠나는 사찰행이다. “다음 주에는 절에 데리고 갈 거다.”라고 말해놓았더니, 며칠이나 남았는데도 아이들은 마음이 설레는지 떠나는 날을 묻고 또 묻는다. 우리 삼척동자들이야 절이란 데가 과언 무엇 하는 데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볕 좋은 봄날 종일 어린이집에 갇혀 있기보다는 어딘가 밖으로 소풍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신날 것이다.
두 녀석은 50일 터울의 이종사촌 사이인데, 갓난쟁이일 때부터 만 두 살 반이 될 때까지 우리집에서 쌍둥이처럼 함께 자랐다. 우리 부부에게는 생애처음으로 맞이한 손자들이었기 때문에 그 만남부터 한없이 신기하고 고마웠을 뿐 아니라, 직접 우리 손으로 키웠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고 귀한 아이들이기도 하다. 주위에서는 나이 차이도 안 나는 사내 녀석 둘을 한꺼번에 맡아 키운다는 사실에 경악했지만, 정작 우리는 힘은 좀 들겠지만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또 실제로도 비교적 잘 그 시절을 견디고 즐겼다
.
요즘 사람들은 늘그막에 아이를 맡는 것이 마치 재앙인 양 말한다.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부자유와 어린 것들을 돌보는 데 필수적인 간단없는 노동을 더 크게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감히 확신을 가지고 말하건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노년으로 접어든 내게 더없는 기회이고 축복이었다. 평생육아를 아내에게만 맡겨둔 채 살아왔던 내가 60대 중반에 들어서야 매일처럼 아기에게 젖병을 물리고 똥기저귀를 치우는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그 도전은 더없이 충만한 아기와의 교감과 행복감으로 보상을 받았다. 아이들을 태운 유모차를 종일토록 번갈아 밀고 다니면서 나는 새끼 가진 어미들이 용감해지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할 수 있었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성(母性)이라는 대자대비의 원류가 흐르고 있음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극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의욕과 집중력이 높아질 수도 있음을 내 스스로 한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을 통해 터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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