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간화선, 세계를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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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간화선, 세계를 향하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0.09.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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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

한국 간화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세계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8월 12일과 13일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개최됐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주관하여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1,000여 명의 청중이 운집해 간화선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한국 간화선이 세계를 비출 수 있는 대법회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정련 스님(동국대학교 이사장)의 격려사를 시작으로,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국불교 대표 선지식과 국내외 선(禪) 전공학자들은 간화선을 주제로 한국 및 동아시아의 간화선 전통에 대한 심도 깊은 담론을 전개해 나갔다.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는 그동안 간화선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과 의문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대중화의 초석을 다진 의미 있는 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 간화선의 위상을 한 차원 드높여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도 한국불교 전반에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국 간화선의 핵심-화두(話頭)

선은 그 자체로 수단이자 목적이어야 한다. 그 점에서 간화선의 우수성은 돈오(頓悟), 즉 단계성을 뛰어넘는 목적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학술대회의 첫 발표를 맡은 혜국 스님(석종사 금봉선원장)은 “문득 화두를 타파하면 바야흐로 성불한 지 이미 오래임을 스스로 알 것이다.”(「간화선의 유래와 수행방법」)라는 고봉 화상의 말씀을 인용해 간화선의 목적성을 밝혔다. 화두를 타파함으로써 성불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로 이미 성불이라는 것이다.
간화선 수행법이 수단인 동시에 목적일 수 있는 것은 불교가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 혹은 ‘내가 곧 부처다’라는 비이분법적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샤프 교수(미국 버클리대)는 공안(公案)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발표에서 조주종심 선사의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는 유명한 공안을 예로 들며 “부처나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의 최종적 지시대상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선공안,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고 역설했다. 덧붙여 “선 변증법에서 형식과 내용은 궁극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말은, 화두는 단지 하나의 기호로서 언어와 같은 지시적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본질, 즉 깨침이라는 궁극적인 지점에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실마리라는 것이다.
샤프 교수의 주장은 종호 스님(동국대 교수)에 의해 한층 심화되었다. 스님은 간화선의 우수성은 직접지향성에 있다며 “모든 존재는 실상에서 파생되어 그 본질을 내재하고 있다. 실상의 이치를 상징적 언구로 표현한 화두 역시 실상에서 나온 것이자, 실상을 내포하는 존재가 된다.”(「話頭의 내재적 구조 一考」)고 설명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샤프 교수가 주장한 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종호 스님은 이 비단계적 특성이야말로 간화선의 장점이라고 강조하며, 실상을 함축하는 화두는 “하나의 화두를 타파하는 것만으로도 전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혜민 스님(미국 햄프셔대 교수)은 한국 현대 고승들의 다양한 가르침을 소개하면서, 그들은 참선시 활구(活句)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해왔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비록 선사들의 수행법은 접근상의 방법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언어의 차원을 넘어서 ‘이 뭣고’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결론지었다.



한국 간화선의 전통적인 특징-수용과 융화

그동안 간화선에 대한 체계적인 정의가 없었다는 점은 한국불교가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간화선에 대한 올바른 정의 내지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한국 간화선의 전통을 수용의 측면에서 찾은 이덕진 교수(창원대)의 발표는 주목할 만했다.
이 교수는 한국불교계가 그동안 간화선을 “지나칠 만큼 자의적(종파적)으로 해석해 왔다.”(「간화선의 ‘한국적’ 이해」)며, 수용성이야말로 한국 간화선의 독창적인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선을 원류로 한 구산선문의 전개양상은 “선과 교를 아우르고 심지어 여러 가지 다른 가풍들마저 수용하는 융화의 특징”을 가졌으며, 이것이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가풍”이라고 강조했다. 수용과 융화가 한국 간화선의 고유한 특징이라면, 이는 변화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포용력을 지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간화선의 대중화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기존에 한국 간화선만이 가지고 있던 전통을 회복하고, 그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얘기가 된다.
할보 아이프링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학)와 지여 스님(미국 포모나대 교수)도 수행에 있어서의 수용적 자세를 발표의 핵심 주제로 다뤘다. 아이프링 교수는 「망상을 없애는 명상 수행법」에서 감산덕청 선사의 주요 명상법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였음을 소개하고, 감산덕청 선사의 ‘한마음으로 정진해야 한다’는 생각은 “수행방법의 선택에 대한 관용적 태도와 조화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여 스님 역시 「부처를 염하는 이는 누구인가?」에서 “허운 스님에게 있어서 화두와 묵조는 서로 양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동일한 근원인 부동의 밝은 마음을 향한다.”며, 중국 근대 선지식 허운 스님이 불교 전통에 대해 융통성을 가지고 수행에 임했음을 주지시켰다.
한편 일본의 임제종과 조동종을 비교 분석한 제임스 랍슨 교수(하버드대)의 「종교유형으로서의 간화선에 대한 고찰」과 고지마 타이잔 스님(임제종 향악사) 의 「일본 선계의 현황과 전망」은 한국의 간화선과 일본의 선이 문화적 배경에 따라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주제였다. 특히 랍슨 교수는 근본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임제종의 방식과 일상생활에 주안점을 둔 조동종의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며 호소력이 있는지 심층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앞으로 선 수행에 대한 연구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이 밖에도 월암 스님(한산사 용성선원장),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혜원 스님(동국대 교수), 김방룡 교수(충남대), 윌리엄 보디포드 교수(UCLA), 나타샤 헬러 교수(UCLA) 등이 간화선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하여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겼던 국제학술대회는 진제 스님(동화사 조실)의 “화두일념을 지속해 대오견성으로 천불만조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장부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법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는 한국 간화선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토론을 통해 간화선의 가치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소득이 있었다. 거기에 수행자와 학자, 더불어 일반대중까지 간화선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자리였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을 시작으로 800여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을 이어져 내려온 한국의 간화선은 지금 세계화라는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다. 간화선 국제학술대회가 한국 간화선이 세계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한 자리였다면, 이제는 간화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하는 일만이 남았다. 변화와 발전 그리고 도약을 위해 “수용의 태도야말로 불교 본연의 가르침이자 간화선이 견지해야 할 태도”라는 월암 스님의 말씀을 학술대회에 참석한 대중들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사부대중 모두가 두고두고 가슴에 아로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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