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와 장엄] 지붕장엄, 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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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와 장엄] 지붕장엄, 기와
  • 유근자
  • 승인 2010.08.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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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와 장엄
그림 1. 김홍도의 풍속화첩 중의 지붕 이기,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기와 얹힌 지붕이 있는 곳, 절과 궁전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고향집은 나와 나이가 같았다. 증조할아버지는 순천 근처에 사셨는데 여수 근방의 부잣집 딸에게 장가들면서 여수로 내려오셨다. 세월이 흘러 내가 태어나던 해, 우리집에 큰 변화가 생겼다. 14대 종손이었던 아버지는 종가(宗家)로서의 위엄을 갖추고 싶었던지 기와집을 지은 것이다.

집 주변에는 기와 조각이 많아 기와에 얽힌 추억이 많다. 제사가 다가오면 어머니는 기와조각을 갈아서 놋그릇을 닦았고, 어릴 적 나는 기와조각을 동그랗게 갈아 공기놀이를 하거나 기와를 쪼개 담벼락에 낙서를 하곤 했다. 가끔 오빠들이랑 집 뒤 감나무를 타고 기와지붕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들키는 날에는 ‘여자애가 머슴애처럼 무서운 걸 모른다’고 혼나기도 했다. 한국미술사 시간에 보았던 김홍도의 풍속화첩에 실린 기와 이기 장면은 어릴 적 기와지붕 위에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그림 1). 어릴 적 지붕을 잘 탔던 걸로 미루어 짐작컨대 혹시 난 전생(前生)에 기와공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와는 지붕에 얹어 비바람 등의 자연환경이나 외부의 위험을 막기 위해 흙을 구어 단단하게 만든 것으로, 지붕에 놓이는 위치에 따라 형태가 다르고 다양한 문양이 표현되기도 한다. 기와는 외적인 변화를 막아주는 실용적인 구실과 함께 건물을 돋보이게 하는 장엄적인 역할이 있다. 왕궁의 궁실건축, 종교적인 사찰건축, 귀족들의 고급 주택, 서민들의 가옥 건축 등은 지붕의 모양과 기와의 재료에 따라 건물의 격이 달라진다.

현재 기와집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임금이 살았던 경복궁을 비롯한 여러 궁과 부처님이 상주하는 불국토를 상징하는 절이다. 기와는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사찰의 장엄에 큰 몫을 담당하는데, 지금부터 기와의 명칭과 각 기와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이 상징하는 바를 살펴보기로 하자(그림 2).

치미(尾)와  용두(龍頭)

물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붕 위 끝 부분인 용마루이다. 치미는 용마루 끝에 얹히는 날짐승의 깃 모양을 한 대형의 장식 기와로, 건물의 장중함과 반전감을 잘 보여준다(그림 2-1). 치미의 기원은 새의 날개를 상징화시켜 표현한 것이라는 설과,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표현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솔개의 꼬리라는 설과 태평성대에 나타난다는 상상의 새 봉황이라는 설이 있고, 후자의 경우는 고대 인도의 괴물고기인 마카라를 표현한 것이라는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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