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불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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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불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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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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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 한글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30여 년간 한글에 푹 빠져 지내는 이가 있다. 아마 그보다 한글을 속속들이 알고 부리며 사랑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국어학자도 문인도 아닌, 한국의 대표적인 한글 타이포그래퍼(글꼴 디자이너) 안상수(58세)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다. 그가 바로 그 유명한 ‘안상수체’를 개발해 한글 디자인을 네모의 틀에서 해방시킨 인물이다. 비 내리는 주말 오전 그의 연구실 ‘날개집’을 찾았다. 그의 작품에서 보았던 ‘획기적, 독창성, 기발함’ 등의 이미지로 인해, 간혹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까다로움을 염려했는데 기우였다. 의외로(?) 친절하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비와 찻잔 사이에서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 이야기하기에 좋은 날이었다. 한글에 대한 운명적인 자각 고등학교 때 대학생 선배의 영향으로 그래픽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오던 안상수 교수는 대학(홍대 시각디자인과)을 졸업하고, 금성사와 희성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 이후 월간 「마당」과 「멋」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였고, 1983년 ‘신문활자의 가독성 연구’로 한국신문상을 수상하고 월간 「디자인」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등 젊은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알리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렵 그는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때 ‘서양 사람처럼 디자인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자랐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서양 디자인 같다’고 하면 좋아하고, ‘내가 좀 하나보다’ 하며 우쭐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서양 사람들 앞에만 가면, 괜히 주눅 들고 기를 못 펴겠는 거예요. 어느 순간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이 한꺼번에 무너져버렸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면서, ‘나는 한국사람으로 이 땅에 살고 있다, 조상의 숨결이 담긴 한글로 디자인 분야를 개척하면 어떨까’라는 한글에 대한 운명적인 자각이 찾아왔습니다. 강력한 이끌림이었지요.” 정체성이 뚜렷해지니 앞으로 해야 할 디자인의 주제도 명료해지고, 한글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 사실에 행복감도 밀려왔다. 한글은 알면 알수록 굉장한 매력이 있었다. 한글은 당돌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기하적인 단순명료함, 과학적인 내적 질서, 우주의 이치가 담긴 선명한 글꼴 구조는 쉽고 간명하며 체계적이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꿇릴 게 없었다. 그러한 한글에 현대적인 생명력을 주입시키기 위해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1985년 그래픽 디자인 회사인 ‘안그라픽스’를 설립하여 ‘안상수체’를 완성한다. 안그라픽스는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의 실험과 ‘생각하는 디자이너’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 한국 에디토리얼(편집)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1991년 돌연 안그라픽스 대표직을 내놓았다. 그리고 홍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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