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과 삼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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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과 삼귀의
  • 관리자
  • 승인 2007.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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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두상 씨는 깊은 산속 외딴 절만을 골라 도둑질을 하는 사찰 전문털이였다.

   오대한 넓은 산자락엔 크고 작은 절들이 곳곳에 터를 잡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불상을 비롯한 귀중품들을 도둑맞는 일이 잦았다.   스님들은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는 문제도 문제였지만, 더 이상 도둑을 당하지 않기 위해 대비하는 일에도 골몰해야만 하였다.

   스님들이 도둑맞은 물건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쓰고, 도둑을 당하지 않으려 애를 쓰면 쓸수록, 도두상 씨는 더욱 치밀하고 완벽한 도둑질을 계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골짜기의 작은 암자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곳 스님들이 오늘따라 모두 외출을 하고, 젊은 행자스님 혼자서 절을 지키고 있었다.   주지스님의 지시도 있었던 터라, 행자스님은 법당문을 비롯한 모든 문들을 꽁꽁 걸어 잠가놓고 있었다.   그런 뒤 승방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경전공부를 시작하였다.

   도두상 씨가 암자의 이같은 동정을 놓칠 리 없었다.   행자스님쯤이야 도둑질을 하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암자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암자로 찾아간 그가 절 곳곳의 문을 열어 보았지만, 문에는 모두 커다란 자물통이 잠겨진 채 움쩍도 하지를 않았다.   문짝 정도는 부수고서라도 물건을 훔쳐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도둑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 그만 참기로 하였다.   비록 절간 물건을 훔쳐먹고 살기는 할 망정, 절의 귀중한 재산을 파괴하면서까지 도둑질을 하지는 않겠다고 굳은 맹세를 했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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