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기 때문에 여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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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기 때문에 여름인 것이다
  • 관리자
  • 승인 201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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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행복한 여름나기-수용
편집진에서 내게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주문했다. 심리학자에게 입기만 하면 항상 시원할 수 있는 특수한 의복을 고안해 달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더우면 가만히 있어도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괜히 짜증이 나니, 어떻게 하면 마음을 잘 다스려서 평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알려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ː 받아들이지 않으면 괴로울 뿐이다 ː 마음 다스리기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용이다. 수용이란 주어진 것,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용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수용을 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수용을 하면 대인관계가 원만해진다. 수용의 반대말은 저항이다. 저항이란 주어진 것,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저항하는 사람은 또한 반추(되새김)를 많이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그렇다고 변화하는 것은 없고 더욱 괴로울 뿐이다. 저항을 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저항을 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닫힌다. 저항을 하면 대인관계가 악화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의지나 선택과 무관하게 주어진 것들이 많다. 나는 키가 작고 게다가 요즘은 머리도 많이 벗겨졌다. 작은 키와 대머리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또한 고민한다고 작은 키가 커지고 벗겨진 머리가 빽빽해지는 것도 아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괴로울 뿐이다. 집이 가난하다. 어떤 친구들은 한 달에 100만원 넘는 용돈을 받으며 풍족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나는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어야 한다.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왜 나는 이런 집에 태어났는가 하고, 왜 우리 집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유능하지 못한가 하고 반추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른 집 부모님은 잘만 사는 것 같은데 우리 집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새엄마 혹은 새아빠와,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형제자매와 함께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부모님을 원망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더욱 괴로울 뿐이다. 아이들 대학 보내고 이제 신경 쓸 일 없이 여유 있게 살만 하다 싶었는데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린다. 수용해야 한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냐고 하늘을 원망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모처럼 잡은 데이트 약속에 남편이 늦게 나타난다. 함께 보려고 했던 영화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충분히 짜증나고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받아들이는 도리밖에. 왜 늦었냐고 추궁한다고 늦게 온 것이 무효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회의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늦은 것을 가지고 자꾸 비난을 해봤자 처음에는 미안해하던 남편마저 기분이 상할 수 있다.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선택했어도 나중에 보면 괴로운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좋아했으나, 막상 입사해서 다니다 보니 과도한 업무와 경쟁적인 분위기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ː 수용을 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ː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든 그렇지 않든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우리가 첫 번째로 할 일은 수용하는 것이다. 수용을 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주어진 것을 수용 하지 못할 때 우리의 귀중한 시간과 삶의 에너지가 저항하는 데 허비된다. 저항하는 동안에 시간이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것에 저항하는 동안에도 우리의 유한한 삶은 흘러가고 있다. 저항하는 데 쓸데없이 삶의 에너지가 빠져버리기 때문에 정작 생산적인 일에는 삶의 에너지를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용을 할 때 우리는 주어진 조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오히려 주어진 고통을 자신의 성장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나는 키가 작고 대머리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마음공부하며 내 마음을 키우고 내 마음의 정원을 풍성하게 하는 데 노력한다. 집이 가난하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사회생활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고난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인내심과 생활력을 키워간다. 부모님의 이혼은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고 깊게 해줄 수 있다. 시어머니의 치매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것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즐겁고 의미 있게 살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남편이 약속에 늦어 영화는 못 보게 되었지만 덕분에 대안으로 처음 시도해본 한강둔치에서의 2인용 자전거 타기가 매우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확실하게 깨닫고 자신에게 더 필요한 새로운 진로를 추구하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유능성 계발에 더 박차를 가해 업무능력과 인간관계 역량이 크게 발전할 수도 있다. 참고로 아내의 경우 나를 선택했다고는 해도, 눈에 콩깍지가 꼈을 때는 잘 몰랐겠지만 살다 보니 내 키가 작다는 것이 불만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럭저럭 수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아마도 나에게 다음과 같은 유머 아닌 유머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즉, 키가 큰 남자들은 바지 길이가 다림질 판보다 길어서 한 번에 다리지 못하고 나눠서 다려야 하는데, 나처럼 키가 작으면 바지를 한 번에 쭉 다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쩝.

ː 똥이 거름이 되듯이 ː

인생의 행복이란 즐거움만이 아니라 고통마저 수용할 때 진정한 행복이다. 혹은 인생의 행복이란 행복한 삶만이 아니라 불행한 삶마저 수용할 때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몇 해 전에 TV에서 ‘대장금’이라는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보급되어 한류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심지어 인도의 한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가 ‘대장금’을 보고 감동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제작진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장금’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주인공이 즐겁고 행복한 삶만을 살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대장금’에서 주인공이 성공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장면만 모아놓은 행복 버전과 원래의 전체 버전을 놓고 어떤 것을 보겠냐고 하면 어느 누가 행복 버전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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