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내 마음속에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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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내 마음속에 뛰고 있다
  • 관리자
  • 승인 201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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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승부

해마다 겨울이 가고 야산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할 즈음, 고등학생 형들이 주말에 마을 중학생들을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집합시킨다. 매주 모여 공을 찼는데, 지난 대회를 빛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형들의 레슨이 이어지고, 무용담도 빠지지 않고 곁들여져 정신교육에도 소홀함이 없다. 그러다 점차 주전 11명과 백업요원의 구분이 생기고 각 포지션의 윤곽이 잡힌다. 또한, 어느 동네 에이스가 요즘 부상이라더라, 누구는 떠오르는 샛별인데 마크맨을 붙이든지 해야겠다는 등의 알토란 같은 정보들이 형들 사이에 오가고 동생들에게도 주입된다. 그 무렵 동네 어른들은 십시일반 모금하여 유니폼을 맞춰 주시고 당일 먹을거리를 나눠 맡으신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매년 봐오며 오매불망 중학생이 되기만 기다리던 나는 1987년 막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은 주말에 동네 형들의 예의 호출을 받고 운동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마침 우리 마을에 중3 형이 두 명뿐이어서 중2로 채우고도 중1인 우리 친구들 11명 중 2~3명은 주전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매주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고, 포워드진의 우측 날개로 뽑혔다. 날아갈 듯이 기뻤다. 대회 며칠 전 명색이 주전임을 내세워 부모님을 졸라 5일장에서 난생 처음 축구화를 샀다. 물론 시장표였다. 어른들이 준비해주신 유니폼도 손에 들어 왔다. 지금 되짚어 보면 둘 다 조악한 물건들이지만, 당시엔 보는 것만으로도 내 심장을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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