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 스님의 죽음과 붓다의 고행상
상태바
토굴 스님의 죽음과 붓다의 고행상
  • 관리자
  • 승인 2007.06.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른 꿈 밝은 길

저만치 법당에선 정근 목탁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온다.   문득 지난 겨울 깊은 산중 토굴에서 홀로 세상을 하직한 도반 스님 생각이 떠오른다.   저녁 무렵, 임종 소식을 전해듣고 서둘러 찾아간 곳은 첩첩산중의 낡은 양철집이었다.

   토굴엔 먼저 온 낯익은 도반 스님들이 화장 준비를 하느라고 분주하기만 하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심술 궂었던 도반 스님은 이미 고인이 되어 말 못하는 시신으로 누워 있었다.

   향 한 가지를 사루고 밖으로 나와 토굴 뒷켠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멀리 겹쳐져 있는 무수한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새들도 너무 쓸쓸하여 어디로 떠나버렸는지 스산하게 불어오는 겨울 바람결에 낙엽만 부스럭거린다.   시선을 돌려 토굴의 면면을 살펴보노라니 처마 아래 매달린 채 바람에 흔들거리는 시래기 엮음이 눈에 다가온다.

   사람의 자취라곤 찾아볼 수 없는 쓸쓸함이 가득한 이 곳에 한 줄기 시래기 엮음이 있어 인간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적막한 가운데서 인간의 자취를 보는 순간 끝을 알 수 없는 허허로움과 슬픔이 가슴 저려온다.

   인간이란, 삶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사람들이 꺼려하는 쓸쓸함이 가득한 산중을 찾아들게 하는 것일까.

   함께 있고 싶고, 소유하고 싶고, 누리며 즐기고 싶어하는, 너무나 당연한 인간적인 바램들을 내던지고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만든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쓸쓸한 이 길,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절절한 아픔을 이해하는 자가 과연 몇몇일까.   끝을 알 수 없는 원초적인 문제 의식과 이러한 아픔으로 흐르는 고뇌의 상념에 젖어 있는데 저만치 앉아 있는 선산고행자의 모습이 시야에 잡혀온다.   피골이 상접하다는 표현을 현실적으로 실감케 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고오타마의 고행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행집경] 에서는 고행자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