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을 손꼽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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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을 손꼽는 부부
  • 관리자
  • 승인 2007.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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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 사이 좋은 사이

아내에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토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내 일찍이 이렇게 1주일 6일이 길어보기는 처음이고 토요일이 이렇게 목이 마르도록 기다려지던 일도 처음인 것 같아.   어렸을 적 소풍날짜 받아놓고 비라도 오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 치던 그 기억도 이것만은 못한 것 같으니까.

   당신과 헤어지고 난 다음날 월요일, 부천 고강동 자취방에서 나와 회사에 출근하지만 새록새록 당신 얼굴만 머리 속에 어른거려 일이라곤 도통 손에 잡히지 않고 얼른 전화통이라도 들어보고 싶지만 옆 동료들의 눈치에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고 정말 지옥같은 하루가 되고 있어.   아직도 이렇게 당신을 보지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보면 어른스런 아버지가 되는 일은 저 후일쯤으로 미루어 두어야 되겠어.

   우리가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몇 달째인지, 2월에 결혼했으니까 4달째가 다 되어가는군.   당신이 시골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사명감 깊은 교육자로서의 자세와 결심을 얘기할 때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나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같이 벌어야 하루라도 빨리 집도 장만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지 않아요." 라고 말했었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내가 고집을 부려서라도 조그만 자취방이나마 둘이 보듬고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가슴 졸이며 애타하지 않고.

   하지만 당신이 정색을 하고 까만 눈을 반짝이며 그런 말을 했을 때 나는 솔직히 당황했었어.   요즘 세상 직장생활하며 찌들대로 찌든 심신에 정신까지도 좀 먹어들어가는 형국이고 보면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 당신과 같은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여간 행운이 아니라 여겨졌어.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겠다는 당신의 마음 말이야.   그래서 결국 멀리 여기 서울에서 6일 동안 당신을 그리워하다 토요일이면 찾아 떠나는 한치도 어긋남이 없는 사랑의 불길에 푹 빠져버리는 나방이 됐던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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