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법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종종 단하(丹霞) 천연(天然) 선사의 일화를 먼저 학생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안주하는 것, 또는 통념이라고 생각한 것을 과감히 깨라는 뜻에서다. 시만큼 창의적 생각이 중요한 귀물(鬼物)이 또 있을까. 그러면 단하 선사는 일찍이 무슨 행각을 펼쳤던 것인가.
혹심한 한파가 기습한 겨울날이었다. 그것도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나절이었다. 혜림사라는 조그만 절에 운수행각의 객승이 한 사람 찾아들었다. 그는 하루저녁 쥔을 붙이자고 원주(院主)에게 부탁을 했다. 막 저무는 산중의 저녁나절이라 별수 없이 원주는 승낙했다.
그날 밤 자정께는 되어서였다.
원주는 잠결에 무슨 소리를 듣고 깨었다. 어라, 이게 뭔 일인가. 객승이 제 방에 군불을 때고 있었다. 그것도 법당에 모신 부처님을 들어다 때고 있었다. 대경실색을 한 원주는 펄펄 뛰며 고함을 질렀다.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그러나 객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궁이 속 불만 이리저리 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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