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 땅에 태어나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이땅의 다양한 관계속에 놓여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삶은 무수한 만남을 통하여 다양한 무늬로 직조(織造)되어진다.
따라서 어떤 인간도 그 시대가 가진 고뇌 또는 영광과 관계없이 별개로 존재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가 우주적 진리를 오득(悟得)한 존재라 할지라도 현실 밖에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 보면 그 우주적 진리가 보편적 진리로 환원할 때 비로소 그 생명력을 획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가끔 성자(聖者)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존재들이 이 땅의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이 신비적 존재로 후대의 사람들에 의하여 부각되어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한 헛된 수식은 때때로 진실을 호도하고 한 인간의 본질을 변형시켜서 생생한 목소리와 모습을 죽여버리는 결과를 가져다 줄뿐 아니라 그 인물을 통하여 얻어낼 수 있는 참다운 교훈마저도 잃어 버리게 되는 수가 있다.
지금부터 쓰여지는 나의 스승 경봉(鏡峰)스님에 관계되는 일화등은 순전히 나의 경험에 그 바탕이 있는 것이므로 나의 주관에 비친 스승의 모습일 뿐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각도에서 조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비천하고 소견없는 글로 인하여 선사(先師)의 참다운 삶의 모습을 오히려 욕되게 하지나 않을까 적이 염려하면서 붓을 적신다.
양산 통도사 극락암 그 곳은 내 젊음의 한 자락이 묻혀있는 곳. 청청한 대나무숲과 아름드리 소나무들, 고졸(古拙)한 주련글씨며 먼 영축산정을 떠돌던 구름들. 유월이니 후원 뜨락에는 지금쯤 도라지 꽃이 피어나고 돌배가 풋냄새를 풍기고 있으리ㆍㆍㆍ.
나의 스승 경봉대선사님은 근대와 현대에 걸쳐서 사셨던 새삼 말하기조차 번거로운 대선지식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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