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는 호랑이 선생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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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에는 호랑이 선생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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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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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 법진 스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작전 중인 미군들도 따라다니고 하면서 정말 힘들게 취재했더군요. 위험한 현장에서 치열하게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라 그렇게 생생할 수가 없어요. 그걸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을 들었습니다. 우리 불교에도 이런 치열함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해인사 승가대학의 도전

해인사는 지난 2006년 12월 4일 해인사 승가대학 교과개편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통과된 개편안은 기존의 승가대학 교육체계를 크게 바꾼 것이었다. 우선 이 개편안은 『치문』·『서장』·『도서』·『선요』 등 선어록의 한문 텍스트를 읽는 것이 중심이 되던 교육과정을 혁신하여, 초기불교·아비달마·중관·유식 등 불교의 여타 분야도 비중 있게 공부하게 하였고 외국어 교육을 추가시켰다. 또한 수업시간을 주당 24시간으로 대폭 늘렸고, 교육평가도 강화시켰다. 이 시기에 해인사 승가대학은 내용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면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승가대학의 학사를 새로 짓고, 교실도 현대화시킨 것이 그러한 일들이었다. 인천의 사표가 될 승가를 보다 잘 교육시켜보자는 뜻에서 이 모든 일들이 이루어진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법진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으로서 이러한 변화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 후 법진 스님은 교계의 들끓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의 교과개편 때문에 조계종 기본교육의 틀이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님의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확고하다.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불교가 있었습니다. 초기불교부터 해서 아비달마, 중관, 유식, 여래장, 밀교 등등이 그런 것들이지요. 이렇게 다양한 불교가 나온 것은 연기, 무아라고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과거의 선배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던 시대에 따라 어떤 때는 공관으로, 어떤 때는 유식으로, 또 어떤 때는 여래장으로 이해한 결과입니다. 우리들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불교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나타난 여러 불교에 대한 이해, 곧 불교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가 필요 합니다. 과거의 강원(현재의 승가대학)과 같이 중국 불교, 그것도 송나라 때의 선불교만 가르친다면 과연 그러한 보편적인 이해가 가능할까요?”

‘불교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 못지않게 법진 스님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 시대 자체에 대한 이해이다. 그래서 해인사 승가대학에서는 이념, 정치, 철학, 과학 등 여러 측면에서 ‘현대성’을 살펴보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언어교육도 중시하여 영어는 7학기, 일본어와 중국어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4학기를 이수하게 하고 있다. 학인들에게 책 한 권을 읽혀도 그냥 읽히지 않는다. 독서 후에는 읽은 책에 대한 깊이 있는 독서감상문 격인 ‘리액션 페이퍼(reaction paper)’를 쓰게 함으로써 항상 주체적, 비판적 독서를 하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인들을 너무 괴롭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법진 스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다각적인 교육을 통해서만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수행자를 길러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학인들이 공부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긴 하지요. 하지만 한 학기에 학인들 가운데 20% 정도는 공부하다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의 학구열이 있어야 우리 승가대학이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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