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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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길을 걷다
  • 관리자
  • 승인 200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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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이 들려주는 절집 이야기 / 걷기수행(포행) 1

5년 전쯤 그 길을 거슬러 땅끝까지 가는 길을 찾아냈다. 다섯 시간을 열심히 걸으면 더 나아갈 수 없는 땅끝 마을을 만날 수 있다. 그 길은 미황사 창건에 얽힌 옛 이야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수많은 스님들이 암자에서 암자로 이어진 길을 찾아 나섰으며, 마을사람들이 새해 첫 날 새벽에 정성을 담아 안고 부처님을 향해 걸었던 길도 그 길이었다.

대웅전 오른편 요사채를 지나 부도전 가는 길로 접어들면 동백나무 빼곡한 숲을 만난다. 11월에 피기 시작한 동백꽃이 이듬해 3월까지 피를 토하듯 붉게 물드는 숲이다.

차나무가 제법 자란 언덕길을 오르면 솔 향이 물씬 풍기는 소나무 숲과 시원한 바다풍경을 만난다. 남쪽 산에서는 작게 자라던 잡목들이 온난화 영향으로 앞 다퉈 자라다 보니 소나무를 위협하기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자꾸 사라지는 솔수펑이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잡목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곳을 지날 때면 솔숲 사이로 참선 좌대를 몇 개 만들어 한가로이 앉아 쉬거나 명상을 하도록 의자를 마련해 두어야겠다 마음먹는다.

원효 스님의 글에 ‘벽송심곡(碧松深谷)은 행자소서(行者所棲)’라는 말이 있다. ‘푸른 소나무 깊은 골짜기는 수행자가 거처할 곳’이라는 뜻이다. 소나무와 수행자는 곧으면서도 넉넉한 성정이 닮은 꼴이라서 쌍둥이처럼 잘 어울린다. 그래서일까? 맑은 수행자가 많은 도량 주변에 그 수행자를 닮은 고고한 소나무가 많은 것은.

멀리 어란 포구가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다. 임진왜란 때 어란이라는 여인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또 시인 황지우가 탯줄을 묻었던 동네여서인지 별난 것 없는 포구이나 퍽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바다이다. 더 멀리 눈을 돌리니 호수 같은 진도 앞바다와 관매도의 해안선이 수평선과 어우러진다. 저기 까무룩 지는 노을 한 자락 펼쳐진다면 그보다 더한 절창은 없겠다 싶은 설레는 바다이다.

●● 꿈의 산책로, 'Dharma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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