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호 불광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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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 불광다실
  • 관리자
  • 승인 200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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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는 서산에 지고 그림자는 동편 언덕에 길게 꼬리를 끈다. 길을 떠난 나그네가 집을 생각하듯 한 해를 넘기는 아쉬움이 허전한 가슴에 피어오른다. 이 한해에 무엇을 하였던가. 가슴 뿌듯하게 보람을 거두고 오늘 이 순간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꿈에 비하여 우리가 거둔 수확은 대개가 부족하다. 그 뿐인가. 인생이라는 유한의 삶을 그 몇 십분의 일이라는 더 없이 고귀한 시간을 소모하고서 얻은 것이 이거라고 생각할 때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허무감이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늙은 것인가. 이렇게 한해 한해 끝장을 향한 한 마디씩을 가고 있는 것인가. 육체가 참자기이고 육체밖에 자기가 없는 것이라면 인생은 하루하루가 죽음을 향한 과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처한 삶은 오늘 살아있는 이 순간만이 소중한 것이므로 거기에는 오직 편안과 쾌락이 삶의 목적일 것이고 편안과 쾌락을 많이 맛보았으면 그것이 행복일 것이다.

  그리고서 1년을 돌이켜보아 이러한 편안과 쾌락을 부둥켜안고 1년의 보람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형제들이 다 아는 바와 같이 그런 편안과 쾌락이라는 행복이 저녁노을에 비쳐진 무지개일 바에야 이 어찌 적막하지 아니한가. 한 해가 가면서 무지개는 사라진다. 아니 그보다도 그 쾌락이 무지개인 것이다. 있는 듯하지마는 실로는 허무한 무지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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